[글로벌 뉴스 Q] 美 연방정부 ‘부채한도’ 때문에… 또 디폴트 우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5. 4.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조건 없이 올려라” 공화당 “정부 지출 줄여라”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2월 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이 내놓은 부채 한도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부채 한도 올리려면 정부 지출 삭감 약속부터 해라”(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부채 한도는 (다른 사안과 묶을) 협상거리가 아니다. 조건 없이 빨리 올려라. 이러다 큰일난다.”(백악관)

미국 하원을 장악한 야당 공화당과 백악관 사이에 부채 한도를 둔 갈등이 고조되면서 안 그래도 위태로운 글로벌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세금으로 지출이 충당되지 않을 때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다 쓰는데, 워낙 지출이 많은 미 정부는 부채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이를 얼마만큼 늘릴지 그 상한을 정하는 문제를 두고 미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부채 한도는 31조4000억달러(약 4경2000조원)로, 지난 1월 이미 한도가 찼다. 이후 미 정부는 지출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버티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이대로라면 6월 1일쯤 디폴트(국채 이자 지급 불능)”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은 부채 한도를 왜 의회가 정할까. 협상이 결렬되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게 될까. 현재 미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부채 한도 문제를 5문답으로 풀었다.

Q1. 미국은 부채 한도 상한을 왜 의회가 정하나.

미 헌법은 ‘미합중국의 신용으로 금전을 차입’하거나 ‘채무를 지급’하는 것을 (연방)의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채 한도를 의회가 정한다. 세계 대부분 국가가 부채 한도를 두지 않거나, ‘국내총생산(GDP)의 몇%’란 식으로 유동적으로 정한 것과 대조적이다.(한국은 법적인 규제가 없다.) 헌법이 다소 두루뭉술하게 명시한 상한 규정이 정해진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9년이다. 역설적이게도 국채를 좀 더 신속하게 발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전까지는 국채 발행액을 의회가 항목별로 승인하던 것을, 그냥 ‘상한’만 정하도록 바꾼 것이다. 수십년 후 미 정부가 만성 적자에 빠져 국채 발행이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리라는 것을 그 당시엔 예상하지 못했다.

Q2. 의회는 왜 한도를 안 늘려주고 있나.

지난해 총선 이후 야당인 공화당이 미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국가 부채를 계속 늘릴 경우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질 것이라며 부채 한도 상향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분일 뿐, 사실은 부채 한도를 볼모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력 과시’를 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1960년 이후 현재까지 미 의회는 부채 한도를 78번 인상, 2001년 이후 20번 인상했다. 대부분은 정부 부채가 상한선에 이르기 전에 의회가 먼저 한도를 올려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부채 한도 상향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8월엔 오바마 행정부와 하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부채 한도 인상을 두고 막판까지 극한의 대립을 벌이다가 디폴트 시한 이틀 전에 겨우 타결했다.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국가 신용 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Q3. 제도를 바꾸면 안 되나.

협상이 자꾸 난항을 겪자 제도를 폐지해서 경제의 불안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의 채무 불이행(국채 원리금 지급)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므로 대통령 직권으로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미 국채의 법적 효력은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다. 미 남북전쟁 직후인 1866년 정권이 혹시 다시 뒤집혀도 국채 이자는 갚아야 한다는 취지로 넣은 조항인데, 비효율을 초래하는 의회의 부채 한도 승인 권한을 이를 근거로 박탈하자는 주장이 때때로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일 “바이든 정부도 수정헌법 14조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Q4. 솔깃한 해법인데 왜 안 하나.

부채 한도가 유발하는 시장 불안이 지긋지긋한 투자은행 관계자 등은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부채 한도를 둔 혼란을 끝내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보다는 협상과 대화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미 정치권의 문화다. 수정헌법을 근거로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미국은 헌법재판소 기능을 대법원이 함께 함)까지 끌고 가는 과정에 오히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 위험도 부담이다.

Q5. 이러다가 미국이 정말 디폴트하는 것 아닌가.

부채 한도 협상이 최종 결렬돼 미국이 디폴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디폴트가 발생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경우 야당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채 한도 상향이 무산된다면 미 공무원들의 월급, 사회복지 예산, 국채 이자 등의 지급이 중단되게 된다.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2011년처럼 디폴트 직전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시장엔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8월 미 신용등급이 강등된 직후의 월요일엔 미 다우평균이 5.6%, 한국 코스피는 3.8% 급락하는 등 큰 충격이 번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