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돌리듯 떨리는 손… ‘파킨슨병’ 의심하세요
발을 끌듯이 걷고, 자세가 구부정하게 변해서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은 75세 A모씨. 진료대 위로 올라온 손이 떨린다. 마치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작은 알약을 잡고 살살 돌리는 것처럼 비비며 손가락을 떨었다. 그러자 의사가 대번 특정 질병을 떠올린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환약 말이 떨림(pill rolling tremor)이기 때문이다.
이찬영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주로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손으로 알약을 빚거나 동전을 세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며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 같은 말단 부위에 떨림이 생기고, 떨림은 입술, 혀, 다리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70%가 이 같은 떨림을 보인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결핍으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은 부드럽고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인데, 분비 부족으로 운동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이어 둘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해 65세 이후에 1~2% 정도이지만, 85세 이상의 노년 인구에서는 3%까지 늘어난다.
이찬영 교수는 “안정 시 떨림, 운동기능이 떨어지고, 자세 불안정 등이 생기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돼 걷기 어렵게 되고 인지기능 장애도 생길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적극적으로 진단받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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