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직선제 구의원 452석→88석 “애국심사 통과해야 출마”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5.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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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치러질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주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 의원 비율이 기존 94%에서 사상 최저인 약 20%로 줄어든다.

직선제 의원 비율 19.9%는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1982년 구의회가 처음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9년 선거로 뽑힌 구의원의 3분의 2가 최근 2년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의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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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선거서 직선제 비율 대폭 줄여
풀뿌리 민주주의 아예 사라질 위기

11월에 치러질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주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 의원 비율이 기존 94%에서 사상 최저인 약 20%로 줄어든다. ‘홍콩의 중국화’를 강요하는 중국의 거듭된 탄압으로 가뜩이나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홍콩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장관 자문회의인 행정회의는 2일 구의회의 직선 의원 수를 전체 의원 가운데 20%로 줄이는 구의회 개편안을 승인했다.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진다.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선출직 452석, 당연직 27석 등 총 479석으로 구성돼 직선제 의원 비율이 94%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따라 선출직은 전체 443석의 19.9%에 불과한 88석으로 대폭 줄었다. 대신 정부 임명직이 179석으로 늘었고, 지역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이 선출하는 의석도 176석으로 증가했다. 직선제 의원 비율 19.9%는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1982년 구의회가 처음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선출·임명직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는 먼저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애국자’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심사하는 기구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향후 50년간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2019년 홍콩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송환법’을 도입하려다 홍콩 시민이 대규모 시위로 맞서고, 같은 해 구의회 선거에서도 반중 진영이 대승하자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콩을 억압하고 있다. 2020년 반중 활동을 한 사람이 최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했고 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충성 서약’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이 여파로 2019년 뽑힌 구의원 중 210여 명이 자진 사퇴했다. 49명은 당국에 의해 자격이 박탈됐고 일부 의원은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9년 선거로 뽑힌 구의원의 3분의 2가 최근 2년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의회를 떠났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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