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79]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로 시작하는 ‘어린이날 노래’는 윤석중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작곡한 대표적인 어린이날 노래다. 윤석중은 ‘1946년에 발표된 이 노래를 처음에 안기영이 작곡했으나 그가 월북하는 바람에 1948년에 윤극영이 다시 작곡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1947년 2월에 ‘어린이날전국준비위원회’에서는 어린이날의 노래를 현상 공모했는데, 당선작이 없어 심사위원에게 작사와 작곡을 일임했다. 윤석중이 작사하고 안기영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가 그것인데, 안기영은 나흘 동안 중앙방송국을 통해 노래를 지도했다. 그 결과 그해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작년에 제정된 어린이날 노래를 각 단체에 배부한다’는 경향신문 1948년 4월 29일 자 기사로 보아 1947년과 1948년에는 안기영이 작곡한 노래가 행사에서 불린 듯하다. 본래 안기영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는 사장조에 4분의 4박자인데, 윤극영이 작곡한 바장조에 4분의 2박자의 노래로 1949년에 대체된 것을 당시 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이전인 1946년에 ‘어린이날전국준비위원회’에서는 또 다른 ‘어린이날’ 노래를 마련했다. 작사자와 작곡자가 명시되지 않은 채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27일 자에 수록된 이 노래는 사장조에 4분의 2박자로 진행되다 후렴에서 4분의 4박자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아름답다 우리 강산 삼천리강산/빼앗겼던 우리말을 찾은 동무야”로 시작해서 “무궁화 피고 피듯 씩씩한 동무/우리들 어린이날 만세 부르자”라는 후렴으로 이어지는데, 광복을 맞이한 기쁨을 끌어들여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즈음에 어린이날 관련 노래가 여럿 등장하여 어린이날을 기념했다. “이 세상 어린이가 서로 손을 잡으면”으로 시작하는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의 ‘어린이 노래’(1947년), ‘다른 하나의 어린이날 노래’라며 소개된 윤복진의 ‘오월의 노래’(1950년), “우리들은 새나라의 착한 어린이”로 시작하는 강소천 작사, 박태현 작곡의 ‘어린이날 노래’(1952년) 등을 들 수 있다. 또 1925년부터 일제가 어린이날 행사를 금지한 1937년까지 “기쁘구나 오늘날 오월 일일은/우리들 어린이의 명절날일세”라는 ‘어린이날 노래’를 ‘조지아행진곡’ 곡조에 얹어 매년 어린이날 행사에서 불렀다.
올해는 ‘어린이 해방 선언문’이 공표된 지 백 년이 되는 해이다. 방정환 생가에서 거리 행진을 하는 등 다채로운 어린이날 행사가 기획되었다. 온 세상이 푸른 오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푸르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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