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하버드 연설 들은 박영선 “美서 보니 한국 정치 가장 낙후된 분야”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5.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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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체류 중 “양극화 막을 방안 고민하겠다”
지난달 28일 하버드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는 박영선(오른쪽)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연합뉴스

“‘이런 것들을 좀 더 일찍 더 깊이 있게 알았더라면 국가를 위해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본지와 최근 전화로 인터뷰한 박영선(63)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하버드대 연설에 책가방과 후드티 차림으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 같은 복장이 한국서 보던 그의 모습과 다른 데다, 야당인 민주당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강연장을 찾았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1월에 미국에 와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케네디스쿨은 하버드대의 공공 정책 전문 대학원·연구원이다. 그는 윤 대통령 강연 참석에 대해 “대통령실 초청을 받았고, 케네디스쿨에서도 참석해 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묻자 지난달 18일 케네디스쿨에서 한 강연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민주주의와 정치에서의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세미나를 주재했다”며 “강의실이 꽉 찰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왔고,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에도 다음 날 기사가 크게 났더라”고 했다. 이를 보고 “디지털과 대한민국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이 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AI와 정치를 접목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한미 모두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중도의 목소리를 정치 여론에 포함시킬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강성 분자들 때문에 중도층이 아예 투표를 안 할 때 AI가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집계해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 발짝 떨어져 지내며 느낀 한국 정치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보니 한국 정치는 진짜 가장 낙후된 분야인 것 같다”며 “내가 2004년에 국회에 들어갔다. 그런데 2004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수준이…”라며 말을 흐렸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겪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이미 저런 식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정말 뼈를 깎는 노력, 개혁을 해내지 않는 한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당대표가 권한을 너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 같은 것이 도입돼 있다면 이렇게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미와 관련해 그는 “한미 동맹이 냉전 시대 군사 동맹의 1기, 소련 붕괴 후 경제 동맹의 2기를 지나 포괄적 동맹의 3기로 접어든 것 같다”며 “한미 동맹의 새로운 영역 확대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문화·예술 분야와 우주가 언급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가에 대해선 “의회 연설 때 (미국) 의원들의 태도나, 백악관 만찬 분위기를 보며 느낀 것이 많다. 충분히 예우를 해주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하게 충분히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미국 정치권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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