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먼저 배운 뒤에야 즐길 수 있다

경기일보 2023. 5.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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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내가 즐기는 일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하곤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아버지에게서 선물 받은 나침반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 나침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선구자 제니퍼 다우드나도 소설책인 줄 알고 펼친 책 ‘이중나선 The Double Helix’에서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모두가 우연한 만남을 꿈으로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관심이 식어버리든, 힘들어서 혹은 부모님이 야단쳐서 그만두든 한때의 호기심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도 많다. 설령 꿈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은 드물다. 그 길이 절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 외에도 학비, 시간 등 들여야 할 것도 많다. 한데 이런 방해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 호기심을 꿈으로 만들고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과정을 즐겼다는 것이다. 공자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그 대상을 좋아해서 늘 가까이하는 사람에겐 미치지 못한다. 그 대상을 좋아해서 늘 가까이한다고 해도 그것에 정신없이 빠져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즐길 수 있을까. 우연인 듯 찾아온 호기심과 흥미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뭐든 내가 재밌어야 계속하는 법이니까. 한데 꼭 필요한 게 있다. ‘아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다. 흔히 공자의 말을 보고 ‘아는 것’,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을 별개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데 좋아할 수는 없다. 독서하고 공부해서 그 내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점점 더 빠져들게 되고, 재밌어지고, 그것을 좋아할 수 있게 된다.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 배트를 휘둘러 공을 맞혔다고 하자. 시원한 타격감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해서 계속 무작정 배트만 휘두른다면 어떻게 될까? 금방 흥미를 잃을 것이다. 야구의 규칙과 기술을 알아야 그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우선은 알아야 좋아할 수 있다. 좋아하게 되면 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파고들게 되고, 응용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점점 더 나아가면 내가 이것을 완벽히 장악하고 손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순간이 온다. 탁월해지는 것으로, 바로 ‘즐기는’ 경지다. 즉, 알아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알아도 좋아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앎이 나의 호기심에서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흥미나 관심사와는 상관없이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안’ 것이다 보니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힘들다. 그러니 스치듯 생겨난 호기심이라 해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쓸데없어 보이는 망상이라고 접어서는 안 된다. 그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내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은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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