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는 거기 왜 안 갔나
市長들 버거운 서울시장 담판
金지사 나서야 희망 불씨 산다
그랬다. 완전히 고을 원님들이 한성판윤 뵙는 자리였다. 그렇게 초라했다. 나름 100만 시민의 대표자들이다. 이재준 시장, 이상일 시장, 정명근 시장, 신상진 시장. 서울시청을 찾아간 네 명이다. 오세훈 시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게 그렇게도 궁(窮)해 보였다. 목적을 알고 있으니 더 그렇게 보였다. 3호선 연장을 부탁하는 자리였다. ‘3호선 좀 내려보내 주세요’라고 청하는 자리였다. 자존심 따윈 버리고 간 그들이겠지만. 그래도 안쓰러웠다.
오 시장의 답변도 짧았다. “노선의 길이가 늘어 차량 정비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4개 시와 논의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언론을 뒤져봐도 더 긴 답이 없다. 쉽게 대답할 일이 아닌 건 맞다. 짧았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천하의 달변(達辯) 오 시장인데, 너무했다. 어렵다는 건가? 하겠다는 건가? 수서차량기지 개발 계획은 어쩐다는 건가? 관심 많은 4개 시민들이 특히 헷갈린다. 많이 실망스럽고 심지어 불쾌하다.
김동연 도지사가 갔더라면.... 많은 시민이 생각했을 거다. 두 달 전의 약속도 있던 터다. 2월21일 도청 협약이다. 3호선 연장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김 지사가 ‘정당과 지역을 초월하는 협치로 풀자’고 했다. 언론이 크게 보도했고, 시민들도 다 기억한다. 그 의지를 실천에 옮긴 첫 결행이다. 거기 김 지사만 없으니 구멍이 됐다. ‘주군 잃은 장수 4명이 영 풀죽어 보였다. 한성판윤 앞에 가 ‘상소문’ 읽고 온 격이랄까. 별 소득 없어 보여 더 그렇다.
갔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경기도는 이 문제의 주체다. 측면 지원자가 아니다. 1개 시만의 교통이 아니다. 4개 시의 교통이다. 광역교통이다. 경기도 업무다. 게다가 상대가 누군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다. 당연히 경기도가 맞상대다. 서울시장 혼자였고, 이쪽은 시장 4명이었다. ‘경기지사+4시장’이 균형에 안 맞았을까. 시민들은 그런 거 모른다. 서울시장과 담판해주는 도지사면 최고다. 주민 숙원 푸는 일에 ‘+4’면 어떻고 ‘+31’이면 어떤가.
또 다른 이유는 흥정이다. 오 시장은 흥정하고 있다. 두어 달 전, 그가 ‘복합개발계획’을 밝혔다. 3호선 연장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날 묘한 여운을 남긴다.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 짧은 답 속에 ‘차량 정비’를 넣기도 했다. 사실 2월 발표도 이상했다. 입체복합개발이라는 게 뭔가. 콘크리트로 덮고 그 위에 도시를 짓겠다는 거다. 수서차량 기지 6만평이다. 그걸 덮겠다는 건가. 다분히 ‘흥정을 위한 엄포용’ 냄새가 짙었다. 흥정에는 흥정이 답이다.
이걸 4개 시에만 맡기긴 어렵다. 한다고 해도 걱정이다. 임기 4년에 쫓기는 시장들이다. 셈법 없이 서명했단 큰일난다. 경기도가 크게 담판해야 한다. 서울의 하치장 반백년이다. 넘겨받은 기피 시설이 한둘 아니다. 지금도 그렇다. 고양시가 걱정하는 서울 생활폐기물 소각장, 의정부가 반발하는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광명이 분노하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등 숱하다. 이걸 통으로 들고 가서 흥정해야 한다. 그 권한 있는 사람이 김동연 지사다.
‘3호선 연장’을 쓸 때마다 멈칫한다.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희망 고문만 키우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매번 쓰기로 한다. 고문할 희망이라도 있음이 어딘가. 400만 주민이 붙들고 있지 않나. 이게 바로 ‘3호선 연장 추진’이다. 정해진 길도 없다. 그래도 가 보는 거다. 심지어 끊어졌었다. 그걸 다시 이어 보려는 거다. 당장 백지화된대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협력할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매 순간을 마지막이라며 매달리는 거다.
김동연 지사는 그래서 그날 거기 있어야 했다. 수원·용인·화성·성남시장과 함께.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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