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들인 소상공인 배송센터...시장에서 살아남을까
인천시가 10억원을 들여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인천 소상공인 업체들의 상품 배송 등 물류 수요를 처리하는 사업이다. 인천 소상공인들의 택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취지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물류는 본래 시장의 몫이다. 지자체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 영역의 운송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또는 그 서비스의 수요자들이 받아주느냐다. 서울시의 제로페이처럼, 세금을 쏟아붓고도 애초부터 경쟁력이 없어 시장에서 밀려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인천시가 다음 달부터 소상공인 배송센터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지역 대기업 택배업체의 물류센터 유휴부지에 배송센터를 지어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다. 여기서 인천지역 200곳 소상공인 업체의 상품을 수도권 및 전국에 배송한다. 기존 민간 택배업체를 통하는 배송보다 비용을 낮춰주고 당일 배송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린다. 배송센터가 들어설 부지 찾기부터 만만치 않다. 배송 및 집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에 지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대기업 택배업체의 물류센터는 대부분 외곽인 인천항 일대에 있다. 현재 인천시는 소상공인의 물류 수요가 많은 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기초조사도 마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배송센터를 운영할 사업자 공모도 난항을 겪었다. 지난달 공모에서 단 1곳 사업자만 참여해 유찰했다. 최근의 재공모에도 이 업체만 참여, 결국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 한달 여를 남기고도 택배요금 할인 폭 등에 대한 정책 결정도 나온 게 없다.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규모의 경제와 관련, 물류 전문가들의 전망은 회의적이다. 200여 소상공인의 물류 수요로는 사업 유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인천시의 공동배송센터가 기존 중간 집하업체들의 밥그릇만 뺏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배송센터의 사업 방식이 현재 택배업계에서 이뤄지는 중간 집하업체의 배송 방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중간 집하업체들도 따지고 보면 인천 소상공인들이지 않은가.
2019년 서울시는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며 제로페이를 내놓았다. 그러나 자영업자도 소비자도 외면했다. 혜택도 별로고 오히려 불편해서였다. 팬데믹 시대에 여러 지자체들이 벌였던 공공 배달 앱 사업들도 마찬가지였다. 민간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시장의 생리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세금이 뒷받침 한다면 굳이 경쟁력을 갖추려 애쓸까. 그리고 소상공인 배송센터의 운영 적자가 지속된다면 그 때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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