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 찾아 ‘구급차 뺑뺑이’, 응급의료 특단대책 내놔야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응급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중증·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 2시간가량 돌아다녔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차 안에서 사망했다. 응급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해 119구급차량에 탔지만 치료받을 병원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심정지·호흡정지로 사망한 중증·응급환자가 3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가 시급한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골든타임 확보가 생사를 가르는데 적정 시간 내 응급실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하다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것이다.
2021년 기준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찾았다가 되돌아간 사례가 7천600건을 넘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안에 최종 치료기관에 도착한 비율은 49.6%였다. 아직도 절반 이상의 중증·응급환자가 제 시간에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3년간 경기도내에서 병원 거부로 인한 구급차의 응급환자 재이송 건수는 2020년 2천85건(1차 1천990건·2차 95건), 2021년 1천973건(1차 1천824건·2차 149건), 2022년1천786건(1차 1천646건·2차 140건) 등이다. 한 해 2천건 정도다. 3년간 전국의 재이송 건수 21만4천244건 중 경기도 비율이 27.2%를 차지했다.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는 이유는 의사가 없거나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서다. 지난해 기준 환자 재이송 원인은 전문의 부재가 6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병상 부족 469건, 환자 및 보호자 변심 99건, 의료장비 고장 29건 등의 순이었다. 119구급차는 환자 이송 시 수용 가능 병상 수와 진료 가능한 과를 참고해 이동하는데 병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도착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수술이 시급한 중증환자, 치과·성형외과 등 특수과 환자의 병상을 구하는 건 더욱 어렵다. 고질적 문제는 1차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상급병원에 환자가 몰려 과밀하다는 것이다.
응급실 병상과 의료진 부족은 계속 지적됐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일이 반복돼 안타깝고 답답하다. 응급실 밀집도를 낮추고 중증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기존 응급의료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 중증환자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소방청-보건복지부-의료기관 간 유기적 협력으로 이송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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