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21일만에, 野 윤관석-이성만 탈당

허동준 기자 2023. 5.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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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3선·인천 남동을), 이성만(초선·인천 부평갑) 의원이 3일 탈당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12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지 21일 만이다.

두 의원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면담한 뒤 탈당을 발표했다. 윤 의원은 “여러 가지 사실관계와 할 말은 많지만 앞으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이 문제를 밝혀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탈당을 하고,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전날부터 두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강하게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책임론’에 더해 국민의힘이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에 들어가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하자 맞대응 성격으로 지도부 차원의 탈당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직접 탈당을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거니 그렇게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후 “우리 당 모든 의원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국민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오늘 두 의원의 탈당으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거나, 어려움을 넘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 체제에서 처음 열린 이날 의총에선 당 쇄신책을 두고 20여 명의 의원이 발언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책임론 커지자, 뒤늦게 2명 탈당 요구… 與 “李 내로남불”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탈당
“檢조사 보고 결정” 머뭇거리던 野… 2명 버티자 사실상 출당도 검토
당내 “지도부가 빨리 정리했어야”
박광온 체제 첫 의총서 쇄신 목소리

악수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날 오전 탈당 의사를 밝힌 윤관석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이날 탈당계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쇄신안 마련에 착수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탈당을 사실상 종용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의 여론 악화를 막아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들의 각종 논란 및 비위에 곧장 칼을 빼든 것과 대비해 ‘방탄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 지도부가 당초 “당 차원의 자체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자 뒤늦게 탈당 조치를 취하는 등 우왕좌왕해 온 것을 두고 당내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도 (두 의원 탈당과) 동일한 잣대를 대라”며 ‘이재명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공세에 나섰다.

● “탈당 거부하던 두 의원 3일 발표 직전 결심”

조정식 사무총장은 전날 윤 의원과 이 의원에게 탈당을 간곡하게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두 의원에게 거듭 탈당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의원은 3일 오전까지도 ‘검찰 조사도 안 받고 어떻게 탈당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두 의원이 ‘자진 탈당’ 형식을 끝내 거부할 경우 최고위 차원에서 탈당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출당 조치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의원이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기 직전에야 탈당 결심을 한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검찰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해 온 당 지도부가 검찰의 압수수색 21일 만에 강경 모드로 선회한 것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온 ‘이재명 책임론’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책임 있게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박용진 의원),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갔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이원욱 의원)는 등의 반발이 본격 제기됐기 때문. 여기에 국민의힘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에 착수하고, 각종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수사가 ‘검찰의 야당 탄압’이란 점과 탈당은 ‘선당후사’에 따른 결정이란 점을 강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윤 의원은 탈당 후 페이스북에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고 썼다. 이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검찰의 정치공세”라며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두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요구가 들이닥칠 텐데 탈당이라도 해야 동정표라도 받지 않겠느냐”라며 “송영길 전 대표가 먼저 탈당을 한 것도 두 의원의 탈당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당내 “지도부 방치에 뒤늦게 탈당” 비판

두 의원의 탈당 발표로 조금 누그러졌지만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에서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선 당의 전폭적 쇄신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초선의 홍기원 의원은 의총에서 “(두 의원의 거취를) 지도부가 빨리 정리했어야 했는데, 방치하다가 ‘쇄신 의총’을 한다고 하니 뒤늦게 자진 탈당을 한 모양새가 됐다”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재선 김영진 의원은 “1박 2일이 되더라도 의원 전원이 참여해 집중적으로 당 쇄신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이재명 내로남불’ 프레임을 내세워 공세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이 침몰하든 말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한 이 대표가 돈봉투 살포는 철저히 남의 일이라고 본 모양”이라며 “탈당한 의원에게 했듯이 이 대표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대라”고 했다. 같은 당 김병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자진 탈당을 하더라도 언제든 시간이 지나면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수 있음을 이미 민형배 의원이 보여줬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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