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검토… “공무원법 중대한 위반”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방통위설치운영법에 따라 방통위원 면직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검토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주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벌어진 점수 조작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정부 관련 부처에서 방통위설치운영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면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그해 4월 TV조선 평가 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통위설치운영법은 방통위원의 신분 보장과 관련해 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면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은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본인이 기소되고 부하 직원들도 다수 기소된 이상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를 중대히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행정기관장인 한 위원장에 대한 인사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 한 위원장 면직 건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중 면직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은 무죄 추정 원칙 등을 들어 면직이 부당하다며 소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위원장의 원래 임기는 7월 말까지다. 정부 관계자는 “직권 면직에 대한 소청심사가 제기되면 관련 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달 5일 퇴임한 김창룡 전 방통위원 후임으로 이상인 변호사를 이날 지명했다. 이 변호사는 위원장 포함, 전체 방통위원 5명 중 대통령 지명 몫(2명)이다. 이로써 방통위는 한상혁 위원장(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과 김현(더불어민주당 추천)·김효재(국민의힘 추천) 방통위원과 이 변호사 등 4인 체제가 된다. 여권 관계자는 “신임 방통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는 위원 호선(互選)으로 선임하는 부위원장이 직무대행 체제로 방통위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 변호사가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2009~2015년 KBS 이사를 두 차례 지냈다.
한 위원장 면직이 가시화할 경우 방통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말 퇴임한 안형환(국민의힘 추천) 전 방통위원 후임이 자기들 몫이라며 최민희 전 의원 추천안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선 최 전 의원이 “과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등 결격 사유가 있다”며 임명 불가 입장이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과 여당이 3인을 지명·추천하고 야당이 2인을 추천하는 방통위설치운영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과거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안 전 위원 후임은 국민의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안 전 위원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한 만큼 현재의 야당인 민주당 몫”이라면서 “최 전 의원도 사면복권된 만큼 결격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원래 임기가 7월 말까지인 만큼 그때까지는 방통위가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후임 방통위원장과 최 전 의원 방통위원 임명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해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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