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에 대한 재고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 이 글귀는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는 유명한 중국 당 태종의 고사다. 나라를 세우는 것과 잘 지키고 유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운지를 신하들에게 물었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모두가 극한의 어려움이다. 그러나 나라를 같이 건국한 신하는 창업이 어렵다고 하고 태평성대에 입각한 신하는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의 영역에서 보니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최근 생성형 AI 때문에 난리가 났다. 챗GPT로 인해 모든 국민이 생활 속에 AI(인공지능)를 접하고 나라에서는 공공문서를 학습시켜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만든다고 발표까지 했다. 연간 2조원을 아끼고 공공기관 종이 사용량의 50%를 감축할 것이라고 정확히 수치까지 언급됐다. 얼마 전 팬데믹 기간에는 메타버스 광풍이 불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도 자신들의 가상공간 플랫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공공기관이나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빅데이터 시절에는 '데이터댐'을 만들고자, 요소요소·방방곡곡에 데이터를 쌓고자 동분서주했다.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반도체 인력은 근 3만명을 육성키로 지원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또한 사이버보안 인력 10만명을 키운다며 해당 추진방향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왜 10만명인가"란 질문에 역사적으로 증명된 숫자라고 웃자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검증된 스타트업 대국이다. 해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올해는 355개 스타트업이 나섰고 대한민국 다음으로 프랑스의 170여개 스타트업이 출전했다지만 우리가 양 면에서 2배 넘었을 뿐 아니라 CES 혁신상은 세계에서 최고였기에 질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유럽의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에 대한민국은 양과 질에서 뛰어난 스타트업, 창업국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하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든 K팝과 K드라마, K뷰티에서 K스타트업까지 모두 척박한 황무지에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이 중 세계 최고의 우리나라 기업들도 당연히 큰 몫을 차지한다. 세계 수출 점유율 1위가 77개에 달하기도 하고 주요 첨단기술 점유에서 우리가 주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렵게 만들어낸 새롭고 탁월한 것들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과거 우리에게는 지킬 것이 별로 없었다. 오늘날엔 많은 것이 유명해지고, 탁월해지고, 높아진 위상에 세계 시민들의 부러움을 사는 지켜야만 할 것이 너무도 많아졌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는 현상들로 인해 우리의 지킬 것들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한다. 기업들의 수출은 부진하고 제품의 재고가 쌓이며 경쟁자들로 인해 시장점유율은 떨어진다. 지킬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규제를 제거하고 데이터댐을 만들고, 초거대 AI를 만들며, 10만명의 고급인력을 키우겠다는 시작과 포부는 보이지만 과정과 마감이 보이지 않는다. 용의 머리로 나와 뱀의 꼬리처럼 사라지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일부 규제는 사라지고 있는지, 데이터댐의 물은 잘 채워져 가는지, 10만명의 인력양성은 잘돼 가는지 궁금하다.
최근 우리는 이와 같이 지킬 것과 만들 것이 무궁무진하게 섞여 있는 다이내믹한 나라가 됐고 어느 누구보다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보인다. 그렇기에 누군가 우리에게 똑같이 "무엇이 어려운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창업난수성난(創業難守成難)이라고 답해야 할 나라다. 특이하게도 현재 우리는 지켜야 하고, 또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그 어디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주 큰 시험대에 오른 것이 틀림없다.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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