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불법도 보여드립니다
[9층시사국 14회 I] 불법도 보여드립니다
■ 프롤로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부터 디즈니플러스 인기작 ‘카지노’까지, 웬만한 신작 드라마를 모두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누누티비’입니다.
<녹취>누누티비 이용자/ 음성변조
“(드라마) 하나를 보기 위해서 회원가입도 해야 되고 결제도 해야 되고 그러고 뭐 한 달만 본다고 하면 그 다음달 자동결제 안 되게 미리 결제 취소도 해야 되고 이게 다 번거로워서 누누티비는 그냥 돈을 낼 것도 없고 회원가입을 할 것도 없이 그냥 구글에 검색해서 들어가기만 하면 볼 수 있어서”
한 달 이용자 수가 약 천만 명에 달했고, 저작권 피해 금액은 무려 5조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비상에 걸린 드라마, 영화 관련 업체들은 누누티비 운영자를 경찰에 고소했고, 정부도 주소 차단에 나섰습니다 누누티비는 결국, 지난달 14일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누누티비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름이 등장합니다.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입니다.
정부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누누티비 주소 접근을 차단하면, 누누티비는 주소 가운데 숫자 일부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이용자들은 구글 검색을 통하면 손쉽게 새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녹취>누누티비 이용자/ 음성변조
“그냥 구글에 보고싶은 콘텐츠 치고 뒤에 다시보기라고 치면 바로 상단에 누누티비 주소가, 새로 바뀐 주소가 계속해서 노출이 돼서 딱히 제가 굳이 힘들게 찾지 않더라고 접근이 좀 쉽게 됐던 것 같아요.”
과연 누누티비만 문을 닫으면 이 문제가 해결된 걸까요?
■타이틀 : 불법도 보여드립니다.
<녹취> 앵커/ 2018. 8. 3 KBS뉴스
“네이버의 웹툰 전문 자회사 네이버웹툰이 불법 웹툰 공유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2018년 운영자가 검거된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당시 ‘공짜’로 뿌린 유료 웹툰이 무려 9만여 편. 하루 평균 방문자는 110만 명이 넘었습니다. 웹툰 유료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 정도였습니다.
<녹취> 김동훈/ 한국웹툰작가협회 부회장
“대여점과 불법 스캔 문제로 출판만화계가 더이상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쇠퇴한 상태였었기 때문에 밤토끼가 나왔었을 때 그러니까 출판 시장을 경험하셨던 분들은 저랑 비슷한 공포심을 느꼈을 거예요. 앞으로 내가 이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하나의 시장이 사라지는 거를 그 사라지는 순간을 다 목도를 했으니까요”
이후 밤토끼는 사라졌지만 불법 웹툰 사이트는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2021년 불법 웹툰 시장 규모는 8,427억 원 수준. 2019년 3,183억 원에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이토록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웹툰 업계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구글 검색을 꼽고 있습니다.
<녹취> 김동훈/한국웹툰작가협회 부회장
“국내에 있는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는 무료 웹툰이라거나 아니면 웹툰의 제목을 쳤을 경우에 그러면 합법적인 루트가 나오는데 구글 같은 경우는 무료 웹툰이라고 입력을 하면 불법 사이트들이 정리가 된 블로그부터 해서 그냥 이렇게 바로 연결이 되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 이거는 좀 이렇게 불법을 구글이 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걸 방조하고 있다/ 이런 표현이 좀 과격하긴 한데요. 공범이라는 생각까지 들죠. 심경적으로는.”
불법 웹툰 사이트라 하더라도 구글 검색창에 이름을 입력하면 주소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웹툰 이름을 검색했는데 불법 사이트로 연결되는 연관어가 뜨기도 합니다. 검색창에 불법 연관어가 뜨지 않는 국내 검색 사이트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 영화, 드라마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웹툰 업계는 급기야 구글에 불법 사이트 노출을 막아달라는 서명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녹취> 김동훈/한국웹툰작가협회 부회장
"구글에서 들은 답변 중 하나는 그러면 검색어 아니면 그 사이트 한 군데만 검색이 되지 않겠다라고 얘기를 해서 작가님 한 분이 300번을 그걸 신청한 적이 있으세요. 그러니까 300번을 그 대체 사이트가 나올 때마다 300번을 요청을 해가지고 계속 그 사이트를 지워달라고 한 거죠, 검색에서."
처리는 더딥니다.
"저작권 침해 자료, 삭제요청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6시간입니다. 그러나 특정 삭제 요청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요청방법, 언어 및 제출정보 수준 등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받으신 분이 저한테 전해주셨어요. 빠르면 6시간인 거고 평균이라고 하지만 지금 제가 알기로는 이거 요청하신 분께서 이렇게 카톡이 남아있어서요. 요청하신 분께서 가장 최근에 신고한 지 6일이 지나도 삭제가 안 되고 있다고 저한테 말씀을 주셨어요."
웹툰 작가들이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과 싸우면서 느낀 것은 무력감입니다.
<녹취> 김동훈/한국웹툰작가협회 부회장
"사실 저는 지금 구글에 대해서 화가 나는 그런 시기도 지났어요. 예전에는 너무 그러니까 너무 이해가 안 가서 그 생각을 하는 걸 포기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작업도 안 되고 전 작품을 해야 되는데"
<스튜디오 >
남현종/9층시사국 앵커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 저작권 침해 문제 유독 구글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장덕수/9층시사국 취재기자
구글이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합니다. 구글 역시 이에 따라 인터넷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인터넷에 유통되는 정보가 불법이라는 공식적인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차단이나 검열을 최대한 자제하는거죠. 보다 근본적인 이유도 있는데요. 구글은 전 세계에서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각국의 인터넷 환경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하나의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 모든 시장에 적용하는게 효율적입니다. 이른바 ‘원 폴리시 정책’입니다. 전문가 설명을 들어보시죠.
<녹취>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하나의 정책을 가져가게 되면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은 형태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비용을 매우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법적인 정보에 대한 유통을 막는데 있어서 어느 나라 수준에 맞춰야 될거냐라고 하면 만약에 제가 실제 사업자라면 가장 높은 수준에 맞추기보다는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는 게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는거거든요. 정말 문제되지 않을 정도의 가장 최소한의 기준을 가져가는 것이 사업자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남현종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데 하나의 기준을 적용한다라,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구글코리아가 있잖아요?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차단 권한이 아예 없는 겁니까?
장덕수
사실 그 부분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데요. 지난해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 대표가 출석해서, 부적절한 유튜브 콘텐츠를 구글코리아가 차단할 수 있냐에 대해 직접 답한 적이 있는데, 한번 보시죠.
◯고민정 위원
신고는 구글코리아에 하면 구글코리아에서 바로 제재 조치를 합니까?
◯증인 김경훈
유튜브상으로도 신고를 하실 수가 있고 저희가 방심위라든지 이런 여러 기관과도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고민정 위원
그 얘기는 미국 본사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증인 김경훈
그러니까 저희를 거치지 않는 것이고요, 구글코리아가 하는 게 아니라 본사로 그냥 바로 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고민정 위원
그러면 구글코리아로 바로 신고를 해서 그쪽에서 판단을 한다?
◯증인 김경훈
유튜브를 통해서 신고가 들어가면 그냥 바로 본사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방심위에서 저희한테 말씀 주시면 저희가 또 잘 전달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민정 위원
그러면 구글코리아가 하는 역할은 한국에서는 뭐가 없네요?
◯증인 김경훈
구글코리아는 주로 하는 업무가 광고 재판매 영역이다 보니까, 유튜브 같은 경우는 본사에서 운영한다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모니터링과 조치는 구글 본사에서 할 뿐 구글코리아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구글의 공식 입장입니다.
남현종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분명히 영업을 하고 매출도 상당할텐데, 한마디로 돈을 벌어들이는 건데, 거기에 대한 책임과 관리는 지지 않는단 건가요?
장덕수
구글은 앱 판매로만 우리나라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이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지사의 매출로 잡히지 구글코리아의 매출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구글코리아의 공식 매출은 2021년 기준으로 3천억 원이 채 못 됩니다. 때문에 구글코리아는 한국 사업에 대한 책임도, 권한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구글코리아 측과 접촉을 해봤는데요. 당장 어디에,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부터 막막했습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이메일로 질의했지만 답변 역시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구글에서 불법 웹툰, 동영상 사이트 검색만 논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녹취> 유아인/ 3월 28일 12시 뉴스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큰 실망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녹취> 앵커/ 4월 5일 뉴스9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섞인 음료를 권한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마약 사건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커졌고, 대통령이 마약 범죄에 대한
총력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녹취> 김은혜 /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4월 6일)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생산·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에서 마약은 찾는 방법은 보통의 검색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창에 입력하자 마약을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주소들이 안내됩니다. 별도의 성인 인증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한두 단계만 거치면 마약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습니다.
마약 경험자 (음성변조)
“저희 때는 뭐 약물을 하지만 안 좋은 거라는 걸 알고 배웠고 그리고 이게 되게 무서운 거다라는 걸 알고 배웠는데 요새 친구들은 그런 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유튜브나 이런 데 그런 방법들이 다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그거를 보고 그냥 그대로 실행을 하는 거니까”
최근에는 구글을 단순히 범행 매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범행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울산경찰청이 적발한 10조 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 해외 카지노 영상을 실시간 중계하며
판돈을 걸게 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녹취> 김명수 / 울산경찰청 강력팀장
“영상을 보면 딜러가 카드를 돌리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 보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데 설마 이게 조작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를 통해서 신뢰감을 주려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그것은 온라인 사기 도박 사이트가 아닌 실제 해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 도박판은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자. 다시 한 구멍으로 갑니다. 200 한 구멍. 파이팅. 딜러 포함 세 구멍.
해외 카지노에서 한 남성이 게임을 즐기는 듯한 실시간 영상.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댓글 창에 올라온 글에 따라 남성의 베팅은 이뤄지는 겁니다.
<녹취>
다음 오더 대기. 250 한 구멍 파이팅 가보겠습니다. 주사위 8점 딜러 선입니다.
국내에서 실시간 영상을 보며 현지 대리인을 통해 베팅하는 이른바 ‘아바타 카지노’입니다. 현지 대리인, 도박 조직과 연락은 어떻게 할까. 답은 동영상 상단에 띄워져 있는 텔레그램 주소였습니다. 취재진이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하자, 이들은 참여 금액과 돈을 이체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곧바로 알려줬습니다. 불법 사이트가 아니니 안전하다며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구글을 통한 불법, 유해 정보 유통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취재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습니다. 방심위는 현행법상 인터넷 불법, 유해 정보를 심의하고
삭제를 비롯해 시정을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글이 해외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방심위는 이에 따라
구글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불법 정보 유통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자율 규제’를 요청해 다수의 정보 삭제 조치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구글에서는 많은 불법, 유해 정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누누티비 등장은 어쩌면 시간 문제일 수 있습니다.
<녹취> 구글 이용자 / 음성변조
“예전에는 막 뭐타고 들어가서 뭐도 해보고 안 되네, 또 뭐 해보고 이랬는데 이제는 그냥 뭐뭐뭐 다시 보기 이런 식으로 치면 바로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간단하죠. 구글로 할 수 있는게 좀 많아요. /그냥 링크만 타고 들어와서 손가락 몇 번 누르면 바로 나오니까 죄의식이라고 할 게 없다고 할 수 있죠.”
구글은 인터넷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불법을 방치하거나 묵인하는걸 자유로 포장할 수 있을까요?
<녹취> 구글 이용자 / 음성변조
“구글이 약간 좀 묵인한다, 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작권자가 열심히 만든 거 이렇게 공짜로 해서 한다 그러면 이의 제기를 하면 사실 막아줄 수는 있지 않나. 구글 정도 되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나. 사실 그 좋은 엔진으로 그것도 못 막나 싶기도 하고. 어느 정도가 아니라 사실 묵인하는 거죠. 그거는.”
이제 구글이 답해야 할 때입니다.
취재기자 : 장덕수
외부촬영 : 설태훈 조선기
영상편집 : 한효정
자료조사 : 김세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장덕수 기자 (joanne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