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룩 업(Look Up)’ 인구재앙
작년 합계출산율 0.78명 지속되면
80년 후 2000만명 밑으로 떨어져
국가소멸 위기, 대통령 직접 나서야
6개월 14일 후면 인류가 멸망한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 혜성이 관측된 것이다. 혜성의 직경이 5∼10㎞나 된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은 99.78%다. 수치를 기반으로 한 천문학자 경고에 최고 정치지도자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지켜보고 판단한다(see tight and assess).’ 2021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내용이다.
어느 한 인구학자만의 경고가 아니다. 위기음은 통계청이 2000년부터 내기 시작한 월별 통계를 통해 매달 나온다. ‘역대 최저’, ‘기록이 또 깨졌다’는 말을 워낙 자주 듣다보니 내성이 생겨서인가. 이제 어지간해선 충격으로 들리지도 않는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9939명으로 2만명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말이다. 또 역대 최소치다. 베이비부머 시절 최고 월 9만명까지 태어나던 것과 격세지감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20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시기가 ‘80년 후’에서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숫자가 아니라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불똥처럼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요즘 군 부대 중에는 사병 급식을 전문푸드업체에 위탁한 곳이 있다고 한다. 단무지 몇 조각에 건더기 없는 콩나물국 같은 급식 사진이 공개되자 형편없는 급식의 질을 높이려는 게 아니다. 병역 의무자원 감소로 취사병이 절대 부족해서다. 부대 내 취사병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조리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부대까지 있다. 전시상황이 발생하면 어찌 해야 할까. 전쟁터에 민간 푸드업체 직원들이 따라다니고 조리로봇을 수송해 가야 할지 모를 일이다.
어린이집들은 어린이가 없어 문을 닫는다. 지난해 말 전국 어린이집 수는 3만923개로 집계됐다. 4년 전 3만9171곳과 비교하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서울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폐교했다. 성인용 기저귀 공급량이 유아용보다 1.6배 많아 산업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룩 업’, 대한민국을 향해 몰려오는 인구 재앙을 쳐다봐야 한다. 우리나라 양육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보고서가 엊그제 나왔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 갖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경고음이다. ‘지켜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당장 대처해야 할 위기다. 대통령이 나서 직속 저출산고령위원회를 자주 열고 무엇이라도 해봐야 한다. “(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상근이라서 보통 국회의원 하셨던 분들이 겸직하면서 1년에 몇 번 회의하는 자리”라고 한 모 정치인의 안일한 인식이어서는 안 된다. 대중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길을 보라”면서 눈앞 선거에만 관심을 갖는 영화 속 지도자와 다를 게 없다.
‘돈 룩 업’에서 주인공은 혜성 충돌의 순간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모든 걸 갖고 있지 않았어? 그렇지? 생각해 보면 그래.” 모든 걸 갖고서도 지구 종말을 맞은 영화 속 실수를 현실에서는 되풀이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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