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암유전체학과 면역치료의 만남
기성품 아닌 환자 맞춤형 백신
유전체·면역학의 엄청난 진보
국내도 ‘혁신 신약’ 개발 노력을
지난달 14∼19일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미국 올랜드에서 개최되었다. 암 관련 첨단 주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학계뿐 아니라 세간의 주목을 끄는 학회다. 이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많이 참여하여 학회 즈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기도 한다. 이번 학회에서도 주목을 끈 분야는 단연 면역 치료였다. 폐암, 흑색종을 비롯한 고형암의 경우 면역치료의 중심은 면역관문치료제다. 이번 학회에서는 기존의 면역관문억제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 종양의 특이 고유 항원에 대한 메신저 RNA(mRNA) 백신을 병용 투여할 경우 수술 후 재발률을 매우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그간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백신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암 백신은 성공 사례가 거의 없었다. 우리 몸은 ‘자살골’(자가면역)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상세포에 대한 면역은 발생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데 문제는 암세포가 원래 정상세포, 즉 아군이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암항원의 경우는 암세포에 특이적이라기보다는 과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과적인 백신을 위해서는, 예를 들어 정상세포에는 0, 암세포에는 100 정도로 발현되는 항원을 이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통상적인 암항원은 정상세포에 30, 암세포는 80∼100 정도로 발현되어서 면역을 유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알려진 암항원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종양에 특이적인 항원과 이 항원을 올려놓는 접시에 해당하는 인체백혈구항원(HLA) 서열(세포 면역은 반드시 HLA라는 접시에 올려진 항원만을 인식한다)을 확인해 항원 접시에 잘 발현되면서 가장 항원성이 높은 유전자 변이(신생항원)를 각 환자별로 34개씩 선별해서 나노파티클로 포장하여 만든 백신을 이용하였다. 물론 이 선별 과정에도 효과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즉, 기성품이 아닌 매우 복잡한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별 맞춤 백신이다. 기성품 대비 맞춤형 제품은 늘 만드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보통은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수술 후 백신 투여까지 약 6∼7주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다만 비교적 소규모의 2상 임상 연구 결과로 확증을 위한 대규모 3상 임상 연구가 준비 중이라 하니 우선은 조금 더 공고한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필자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에서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일부 암의 경우 유전자 변이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수백개 이내의 암유전자에 한정된 유전자 검사이다. 이런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폭넓은 유전자 서열을 결정하고 단기간에 분석하여 표적 유전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유전체학과 면역학의 엄청난 진보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연구결과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매우 특별하다. 다만 아직 비용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제품화된다면 기존 치료제 대비 당연히 고비용의 치료제가 될 것이다. 이런 때 이른 걱정과 함께 국내에서도 이런 혁신 신약이 개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카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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