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푸틴 암살하려 크렘린궁 드론 공격" 주장

"보복할 권리 있다" 엄포
우크라 "이번 사건과 무관"

우크라이나가 크렘린궁을 목표로 드론 공격을 감행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에서 "전날 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를 공격하려 했다"며 "2대의 무인기가 크렘린궁을 겨냥했으나 군이 전자전 체계로 드론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격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고, 건물 손상 등의 피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무인기로 보이는 물체가 크렘린궁 지붕에 도달하기 전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하는 미확인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크렘린궁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담은 다른 영상도 온라인에 떠도는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푸틴 대통령 암살을 위한 계획적 시도라며 곧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노린 계획적 테러 행위로 간주한다"며 "러시아는 적합한 시기와 장소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크렘린궁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사건과 우크라이나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보복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파괴공작)가 러시아의 에너지 및 교통시설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2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작전에 앞서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교란시키고 군사적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파괴공작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사라토프주를 포함해 2일까지 최소 6곳에서 예정됐던 전승절(5월 9일) 열병식을 취소하며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뿐 아니라 러시아 내 벨고로트 등에서도 열병식이 취소됐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