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드론으로 크렘린 공격…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

러 “테러에 보복할 권리 있다”
당시 크렘린궁에 푸틴은 없어
우크라 측 “우리와 무관한 일”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이 크렘린궁을 공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고 러시아가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전날 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며 “2대의 무인기가 크렘린궁을 겨냥했으나 군이 전자전 체계를 적절히 사용해 드론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어 “해외 사절도 참석할 예정인 5월9일 전승절을 앞두고 벌어졌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노린 계획적인 테러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언제 어디서나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다치지 않았고 파편 등으로 인한 건물 손상도 없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사건 당시 크렘린궁에 없었으며, 이후 예정된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부로 모스크바 내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경우 외에 드론 비행을 금지시켰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비행체가 크렘린궁 지붕 위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장면을 담은 미확인 영상이 유포됐다. 크렘린궁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또 다른 영상도 있다. 이 영상은 강 건너 크렘린궁을 마주하는 동네의 주민들 사이에서 공유됐다가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과 러시아 매체에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우크라이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세르히 니키포로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라디오리버티 인터뷰에서 “소위 ‘크렘린궁 야간 공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영토를 해방하기 위해 군대를 지시할 뿐 다른 것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앞두고 에너지 및 교통 시설 폭발과 사보타주(파괴공작)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보복”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이번 사건 역시 러시아의 확전 구실로 사용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