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영관계, 역대 최강”… 찰스 국왕 방한 제안
英대사 “한국의 친구라는게 자랑스러워”
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환영한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6일(현지 시각)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갖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에게는 “문화·예술, 기후변화, 환경 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영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가져오길 기원한다”며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및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이 지난 140년간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 가치를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를 발전시켜온 것을 평가한다”며 “양국 협력이 우주, 원전, 사이버 안보 등 폭넓은 분야로 확대되고 있음을 평가한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이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양국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만나 미래 비전을 포괄하는 ‘한·영 양자 프레임 워크’를 채택했다.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서도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낙 총리가 마주하게 된다.
박 장관은 6·25 전쟁 당시 영국에서 8만명이 넘게 참전한 사실을 거론하며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남녀가 용감하게 싸웠다” “이게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영관계의 흔들수 없는 근본(unshakable foundation)같은 것”이라고 했다. 특히 2021년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가 부산에 입항한 것 관련 “해군 장교 출신으로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며 “우리는 인·태 지역에서 자유, 평화,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영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일찌감치 인·태 전략을 발표했고 최근들어 이 지역에 대한 관여를 늘리고 있다. 이밖에 박 장관은 “영국 내 신규 원전 건설에 한국이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양국 국민들 모두에게 친숙한 축구선수 손흥민, K팝 가수인 BTS와 블랙핑크,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영국 출신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대급 베스트셀러인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 등을 두루 언급하며 양국 간 유대와 우정을 강조했다. 박 장관이 “손흥민 선수가 월드컵이 끝나고 복귀해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이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당신이 토트넘의 팬이 아니라면 미안하다”라고 말하자 청중에 웃음이 쏟아졌다. 이날 언급된 블랙핑크의 경우 지난해 6월 대사관에서 진행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 이른바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여한 배경도 갖고 있다.
박 장관은 1999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한국을 방문해 안동을 방문했던 얘기도 꺼냈다. 그는 “우리는 이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아직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찰스 3세 국왕도 한국을 다시 찾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서는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 초대해준다면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언제든 방문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주말 있을 대관식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게 길이 남을 역사적 순간”이라며 “행복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현대적인 영국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로 6·25 전쟁 정전(停戰) 협정 체결 70년과 한·영 수교 140년을 맞은 가운데, 크룩스 대사는 “대한민국이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와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 강국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며 “영국은 한국의 친구라는게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한덕수 총리가 대표로 대관식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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