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불펜’으로 변신한 김진욱
지난 2년 제구난 시달린 롯데 유망주
올해 중간계투로 나서며 환골탈태
선발 흔들리거나 승부처일 때 등판
팀 연승 기간에 2승 2홀드 ‘맹활약’
“선발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던져”
프로야구 롯데 좌완 김진욱(21·사진)은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5회말 등판했다. 5-3으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선발 박세웅에 이어 구원 등판했다.
선발의 투구 수는 111개로 꽉 찼고 주자가 쌓여 있던 롯데의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김진욱의 공 1개로 바뀌었다. 김진욱은 등판하자 공 1개로 KIA 8번 타자 주효상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6회말에도 등판한 김진욱은 2안타를 맞았지만 2사 1루에서 최준용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가 그대로 리드를 유지한 채 7-4로 승리했고 김진욱은 승리 투수가 됐다.
김진욱은 2021년 2차 1번으로 지명돼 입단했다. 강릉고의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고 입단과 함께 엄청난 기대 속에 선발로 기용됐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2군행을 겪은 뒤 중간계투로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다시 선발로 나서기도 했으나 2승5패 평균 자책 6.36으로 부진했다. 많은 젊은 투수들처럼, 구위는 좋은데 들쑥날쑥한 제구의 문제를 안고 2년간 명성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김진욱은 완전히 달라졌다. 올시즌 개막 이후 11경기에서 12.2이닝을 던진 김진욱의 평균 자책은 0.00이다. 4안타와 8볼넷을 내줬지만 삼진도 12개를 잡아내며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연승을 달리며 1위를 질주하는 롯데의 경기에서 김진욱은 중요한 상황마다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이 흔들리거나 승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매우 효율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김진욱은 11경기에서 피안타율이 0.103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전체에서 1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두산 최지강(0.088)에 이어 가장 좋다. 평균 자책 0.00을 유지하고 있는 투수도 김진욱과 SSG 마무리 서진용뿐이다. 롯데뿐 아니라 리그 중간계투의 대표주자로 탈바꿈한 채 시즌을 출발한 상태다.
김진욱은 지난 4월20일 사직 KIA전에서도 선발 댄 스트레일리가 3이닝(3실점)만 던지고 내려가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무실점 호투로 첫 승을 따냈다. 그날부터 시작된 롯데의 연승이 김진욱이 2승째를 딴 2일 KIA전까지 9경기째 이어졌다. 롯데가 9연승을 달린 동안 김진욱은 6차례 등판했고 여기서 2승 2홀드를 수확했다. 개막 이후 선발승은 6승, 9연승 기간조차 2차례밖에 선발승이 없는 롯데는 불펜의 힘으로 시즌 초반을 달리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김진욱이 있다.
김진욱은 “확실히 변화구로 카운트 싸움이 되니까 훨씬 더 편하다. 주무기가 직구이다 보니 변화구를 던져놓고 직구를 쓰면 훨씬 좋은 공이 가는 것 같다”며 “중간에서도 선발 때와 마음가짐은 똑같이 하고 던지고 있다. 작년에 들쑥날쑥한 경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올해는 중간에 나가서 꾸준하게 하고 싶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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