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리콜에 무상수리만 13번
충돌방지보조 제어기 오류 등
13건중 9건이 소프트웨어 문제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출시 이후 현재까지 신형 그랜저를 대상으로 한 리콜은 두 차례, 무상수리는 열한 차례 등 총 13번의 사후 조치가 취해졌다.
올해 1월 정차된 상태에서 기어가 D단에서 P단으로 저절로 바뀌며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그랜저 품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제어기’ 오작동 문제도 발생했다. 저속 주행 시 전방에 장애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물이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차량이 자동으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현대차는 ‘FCA 기능 민감 작동 강건화 설계 미흡’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부터 직영 하이테크센터와 블루핸즈를 통해 ‘전방 레이더’와 ‘운전자보조 주행 제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2일에는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IEB) 제어기’의 SW 오설정 문제를 발견하고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자율주행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모드를 오르막길에서 이용할 때,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차가 멈추면 이에 맞춰 차량이 자동으로 정차해야 하지만,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뒤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고객통지문을 통해 IEB 제어기 SW에 보도제동력 반영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함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이용하면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신형 그랜저의 품질 문제는 다른 신형 모델과 비교해도 발생 빈도가 잦은 편이다. 지난해 내수 판매 1위를 달성한 4세대 기아 쏘렌토(MQ4)는 2020년 3월 판매를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6번의 리콜과 20번의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신형 그랜저의 누적 리콜·무상수리 건수는 출시 시점으로부터 3년 2개월이 지난 쏘렌토가 세운 기록의 절반을 따라잡은 셈이다.
신형 그랜저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 대부분은 SW 결함이 원인이다. 현재까지 실시된 무상수리·리콜 13건 중 9건이 SW 문제로 집계됐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차량에 적용된 SW 비중이 이전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7세대 그랜저는 현대차그룹이 2025년 완성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SDV 체제로의 전환에서 기수 역할을 맡고 있다.
핵심은 OTA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그룹 역대 출시 모델들 중 최다 수준의 OTA 기능이 적용됐다. 신형 그랜저의 OTA 대상 항목은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존 모델의 OTA 항목에는 엔진 제어, 변속기 제어,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이 있다. 신형 그랜저의 경우 여기에 더해 무드램프를 비롯한 편의사양이 대거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전용 고전압 배터리 관리도 OTA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에선 신형 그랜저의 품질 논란을 두고 SDV 전환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차량용 SW 결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다. 개발 단계에서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문제를 완벽히 사전 차단하기가 어렵다. 결함이 발견되는 즉시 조치를 취하는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형 그랜저가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이후 출시되는 모델들에선 SW 결함 문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국내 시장에서 누적 4만9509대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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