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국내 기업 첫 해외 니켈공장 추진

김상범 기자 2023. 5. 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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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 인니 진출, 안정적 사업 기반 마련 포석
IRA 발효 후 몸값 오른 자원 부국
인니도 자국 내 공장만 원료 공급
‘자원 민족주의’ 발빠른 대응 평가

포스코홀딩스가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 제련공장을 짓기로 했다.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을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포스코홀딩스가 처음이다. 자원 부국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현지 진출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니켈을 함유한 광석을 녹여 2차전지 소재에 사용하기 위한 ‘니켈 중간재(니켈매트)’를 생산하게 된다. 이 공장은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 웨다베이 공단에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중 착공해 2025년부터 가동될 이 공장은 연간 5만2000t 규모의 니켈매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제련공장에 총 4억41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 등 배터리의 성능과 용량을 결정하는 양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최근 양산되는 고성능 전기차에는 니켈 비중을 대폭 늘린 ‘하이니켈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니켈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해 중요성이 커진 광물이다.

국내 배터리 및 관련 소재기업 가운데 해외에 니켈 제련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포스코홀딩스가 처음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자원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전기차 100만대에 소요 규모
연내 착공 2025년부터 가동 계획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약 100만t으로 세계 1위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광석의 수출을 막는 등 광물 채굴·생산·유통에 강력한 통제권을 휘두르고 있다. 대신 자국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만 니켈을 공급하고 있다. 광물 형태가 아닌, 자국 내에서 2차 가공을 거친 제품을 수출해 관련 산업을 키우고 부가가치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자원 부국들의 몸값은 빠르게 뛰고 있다. IRA는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한 배터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를 맺고 있지 않지만, IRA 지침에 따르면 한·미 FTA가 체결된 한국 영토 내에서 추가 가공을 거치면 세액공제 혜택에는 문제가 없다. 나아가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광물에 한해 FTA를 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차전지 원료인 리튬 매장량 세계 1위인 칠레는 이미 지난달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인도네시아에 속속 진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도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 및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인 거린메이(GEM)와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공장을 짓기로 협약을 맺었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지난 1월 인도네시아에 연간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전기차 공장(기가팩토리)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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