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160억달러로 대폭 하향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아” 분석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을 종전 전망치보다 100억달러 넘게 하향 조정했다. 다만 경상수지 하락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KDI가 3일 발표한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 주요 원인은 교역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 악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분석된다. 여기에 높은 내수 증가세도 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상수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를 쓴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지난해 하반기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5.0%포인트 밑도는 수준인데, 이를 기여도로 뜯어봤을때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경상수지 하락폭이 2.4%포인트 내외로, 경상수지 하락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며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여 내수 회복이 -1.0%포인트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DI는 올해 경상수지가 GDP의 1.0%에 해당하는 16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KDI가 지난 2월에 제시한 전망치인 275억달러보다 100억달러 넘게 낮아진 수치다. 당시 KDI는 수출 증가율 상향 조정을 이유로 경상수지 흑자폭을 160억달러에서 275억달러로 올렸는데, 3개월 만에 전망치를 다시 원위치시킨 것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1.8%인 298억달러였다.
김 총괄은 “상반기 세계 경제 부진이 지속되는 반면,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경상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내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KDI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자산 규모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와 큰 격차가 있고, 향후 경상수지가 1~2년간 하락하더라도 순대외자산 감소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를 감안해 향후 거시경제정책은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도록 설계할 것을 조언했다.
김 총괄은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가 거시경제 안정을 담보하지 않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보다는 물가, 경기, 고용 등 거시경제 여건과 밀접한 지표를 중심으로 현황을 평가하고 정책 기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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