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앞두고…여당, 한전 사장에 ‘책임 떠넘기기’

박상영 기자 2023. 5.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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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악화 우려 전방위 퇴진 압박
비난 초점 ‘탈원전’서 ‘경영 실패’로
LNG 가격 안정화로 전력 도매가 ↓
“경영 정상화가 교체 앞당겨” 분석도

전기요금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여당에서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58)의 퇴진을 연일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나빠질 수 있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한전 사장의 ‘경영 실패’를 강조하며 퇴진을 출구전략으로 찾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인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워 한전 경영진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자구 노력을 담은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이르면 다음주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가장 쟁점이 됐던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 대상자 범위에 대해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인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정 사장에 대한 여당인 국민의힘의 퇴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 사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이어 2일에는 “자구 노력도 못한다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며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 같은 여당의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자, 이번 자구안에 정 사장의 퇴진도 포함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사장의 거취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막판 제외되면서 불거졌다. 6월 예정인 공기업 경영평가 직후, 정 사장이 물러날 가능성을 예상했던 한전 내부에서도 여론 악화를 이유로 이보다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여당이 정 사장의 퇴진에 공세를 퍼붓는 것은 한전 적자의 원인이 ‘무리한 탈원전의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에 비난의 초점을 맞췄던 이전 태도와도 다르다.

지난해 6월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지만 1번 승인을 받았고,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전 적자가 30조원 가까이 이르렀다”는 연사로 초청된 정 사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향해 전방위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태도 변화에는 정부 정책에 대해 당이 적극 개입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관료는 “전기요금 인상은 표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그동안 실무 부처에 결정을 미뤄왔다”며 “그러나 최근 여당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면서 전기요금 인상 책임도 떠안게 되자 여론 무마용으로 요구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전 경영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점이 오히려 사장 교체 시기를 앞당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적자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안정화로 올해 1월 ㎾h(킬로와트시)당 240.7원에 달했던 전력도매가격은 4월에 164.9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전 적자와 직결되는 전력도매가격이 급락하면서 한전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발전사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력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정했던 정부도 최근 이를 완화하기도 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막대한 적자 문제 때문에 정치인 출신들도 한전에 오지 않으려 했다”며 “그러나 최근 경영난이 점차 완화될 여지가 커지면서 굳이 문재인 정부에 임명했던 인사를 끌고 갈 생각이 없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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