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미 기밀 유출 파문에 “사적 감정 드러내면 도움 안 돼”
“미, 아무런 설명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 유출 파문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문서 유출과 관련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양국 모두 기밀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밀문서 유출 사태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미 백악관이나 국방부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백악관과 미국의 평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력과 봄철 대반격 계획, 전선 상황 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다수의 1급 기밀이 포함돼 있었다. 미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벌인 정황도 문서 유출로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상황 등 유출 문서에 담긴 정보의 진위에 대해 “어떤 것은 과장됐고 어떤 것들은 그저 스캔들일 뿐”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적에게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분명한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문서 유출로 누가 이득을 보느냐고 묻는다”면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파악할 시간이 우리에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서 유출로 양국 간 신뢰가 손상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 미국의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나는 우리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도 때로 격분한 것처럼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서 기밀문서 등이 유출돼 자신의 삶이 복잡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일단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인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녹취록 유출이 “조작인지 사고인지, 그리고 내가 왜 이것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출된 정보의 진위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고 ‘민감한 정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민감한 정보’라고 말하는 순간 이 문서들이 진짜라고 하는 격이 된다”면서 “제발 나와 장난은 그만두라. 나는 전쟁 중인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기밀문서 유출 사건 이후 미국 등 동맹국들에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해온 유럽 당국자 등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의 기밀 유출 사건을 이유로 현재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의 세부 상황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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