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에게서 배운 삶의 본질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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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동물원에 상당히 자주 갔다.
학교에서는 봄, 가을 현장학습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돌아가며 탐방했고 나는 의도치 않게, 나이에 따라 똑같은 동물을 만날 때의 기분과 생각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분명 더 나은 환경이겠지만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요즘 아이들이 동물원 방문을 거의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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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동물원에 상당히 자주 갔다. 학교에서는 봄, 가을 현장학습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돌아가며 탐방했고 나는 의도치 않게, 나이에 따라 똑같은 동물을 만날 때의 기분과 생각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함께 동물원을 방문한 진정한 의도는 뭐였을까? '현장학습'이라는 건 어떤 걸 이야기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갈 때 그 일의 의미를 알려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즐거움은 가득했지만.
내 생각에 동물원 방문은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동물들을 직접 보고 신기하다는 감정을 넘어서, 그들과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친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나들이의 장점 또한 부각한 행사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동물원에서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솔직히 지금 교육 현장은 잘 모르겠다. 분명 더 나은 환경이겠지만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요즘 아이들이 동물원 방문을 거의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안쓰럽기도 하다.
얼마 전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을 만났다. 야마기와 주이치 박사가 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이다. 나는 평소에 고릴라는커녕 원숭이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 책을 왜 읽게 되었을까. 아마 저자가 쓴 머리글 일부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세상에는 알고 싶은 일, 알아야 할 일, 해보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렇게 많은 것을 알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을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정말 내가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더욱 심해진 온라인 정보 탐색은 우리를 정보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챗GPT 등장은 그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나는 나에게 필요 없는 것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시점에 삶의 본(本)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주이치 박사도 그걸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썼으리라. 이런 것이 책이 주는 묘미 아니겠는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들.
고릴라는 신기하게도 인간과 정말 많이 닮았다. 원숭이가 인간과 가장 유사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무지였다. 리더를 두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고릴라는 그의 보호를 받으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눈빛, 몸짓만으로 교류했다. 심지어 고릴라는 웃기도 했다! 고릴라와 비교해 원숭이가 이를 드러내고 웃는 건 웃는 게 아니라 강자에 대한 항복의 의미라는 것 또한 놀라웠다. 사고로 한 팔을 잃은 새끼 고릴라를 대하는 고릴라 가족들의 자세는 더욱 놀라웠다. 평소와 똑같이 대했다. 따라다니며 모든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 자체로 살아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주이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고릴라와 수십 년을 함께한 덕분에 내가 '인간'으로서 산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생각은 동물원의 의미로까지 확장되었다. 오늘도 생각 없는 클릭을 반복하고 있지 않는가? 그에 따라오는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정보에 혹하진 않았는지. 수동적 정보 탐색이 아니라 내가 고른 것에서부터 사고의 확장까지. 이게 바로 독서의 본(本)이자 삶의 본 아닐까?
박훌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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