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루 7개→8득점' 한화 반전드라마, 7회에 무슨 일이... 6연패 탈출, 잠실벌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떼창 울려퍼졌다 [잠실 현장리뷰]

잠실=안호근 기자 2023. 5. 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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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한화 정은원이 3일 두산전 7회초 동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OSEN
"확실한 건 웃을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씨를 심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겠다."

카를로스 수베로(51) 한화 이글스 감독은 6연패에 빠진 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팀이 분명 나아지고 있고 눈앞의 성과에 집작해 그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경기 중후반까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말처럼 느껴졌다. 두산 베어스와 확실한 힘과 집중력의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순간 흐름이 뒤바뀌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맹타로 승리를 챙겨냈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7회 타자일순하며 8득점, 8-3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수베로 감독. /사진=OSEN
길었던 연패를 6경기에서 끊었다. 7승 18패 1무, 여전히 승률(0.28)은 3할을 밑돌지만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던 분위기를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1승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계약 마지막 해인 3번째 시즌을 맞은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1위를 달리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뚜껑을 열자 '역시나'였다. 투타 어느 것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었고 수비와 주루 등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도 대두됐다.

전날 팽팽하던 경기를 내준 원인도 7회말 포수의 포구 실책 때문이었다. 수베로 감독도 경기 전 "승패에 관계없이 경기를 해부를 하는데 어제 같은 경우는 번트 실패, 주루 미스 등 그런 부분이 어떻게 보면 분위기를 내준 결정적인 오점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가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담 해드릴 수 있는데 장기간 좋은 야구, 이기는 야구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팀이 한화 이글스가 될 수 있다고, 선수들을 포함한 선수들의 가족들, 팬분들 앞에서 말씀드린다"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2회말 노시환(왼쪽)이 공을 빠뜨리는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사진=OSEN
이어 "그때 내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있기까지 계속해서 땀 흘려서 씨를 심는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인데, 그 씨를 심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뚜껑을 열자 전날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선발 김민우는 1이닝을 KKK로 막아냈으나 2회 곧바로 연속 볼넷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일까. 장승현의 땅볼 타구를 3루수 노시환이 포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김재환이 홈을 파고 들었다. 이후 곧바로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해 아쉬움은 더 커졌다.

김민우가 6이닝 동안 92구를 던지며 1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호투했으나 타석에선 수베로 감독이 전날도 언급했던 '득점권 침묵'이 이어졌다. 6회까지 잔루가 7개나 나왔다. 16이닝 연속 무득점이 이어졌다. 특히 4회 1사 만루에서도 맥없이 투수 땅볼로 병살타로 득점없이 마친 건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7회초 두산 두 번째 투수 최승용이 연속 안타를 내준 뒤 교체됐고 두산은 박치국-이병헌-정철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했지만 안정을 찾지 못했고 한화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한화 정은원. /사진=OSEN
동점타를 날린 정은원을 시작으로 최재훈의 역전 적시타, 문현빈의 2타점 2루타 등 8점을 쓸어담았다. 두산 수비가 흔들렸고 실책까지 범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역전 순간부터 3루측 한화 응원단 석에선 팀을 대표하는 응원가 "이글스라 행복합니다"가 울려퍼졌다.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냈다. 심지어 관중석에선 "득점을 할부로 해달라"는 웃지 못할 문구까지 나왔다. 한화 타선의 침묵이 얼마나 답답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으나 마운드에서 몸을 풀던 김서현이 예정대로 7회말 등판했다. 6연패 기간 좀처럼 등판할 일이 없었기에 투구감각 조율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삼자범퇴로 7회를 막아냈고 8회는 강재민, 9회는 박상원이 공을 넘겨받아 승리를 지켜냈다. 김민우는 시즌 첫 승(2패)을 챙겼다.

반면 두산은 필승조를 모두 활용하고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실책 2개도 아쉬웠다. 13승 12패 1무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한화 선발 김민우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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