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전동 킥보드 “배워보니 알겠네”[현장에서]
빠른 가속에 조종 쉽지 않고 자전거처럼 균형 감각도 필요
“왼쪽 브레이크 레버에는 손을 살짝 얹어요. 오른쪽 액셀은 한 번에 훅 돌리면 본체가 튀어 나갑니다. 0.5㎝로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1㎝ 정도 돌려 스프링 감도를 느껴야 해요.”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에서 예닐곱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동 킥보드를 둘러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하승우 안전관리처장이 조작법 설명을 끝내자 각자 킥보드에 올랐다.
양쪽 레버를 잡고 디크(발판)에 한 발을 올린 후 나머지 한 발로 땅을 구르며 액셀을 살짝 돌리면 구동이 된다. 속도가 붙으면 태권도의 앞굽이 자세처럼 양발 자세를 취하고 허리를 편 뒤 전방 5m를 주시한다. 회전할 때는 시선을 돌려 방향 전환 후 균형을 유지한다.
조금 전 이론 수업을 떠올리며 각자 발 시동을 걸었다. 한 참가자가 액셀 레버를 돌리다 힘 조절에 실패해 바퀴가 세차게 돌면서 본체가 날아가듯 킥보드 앞이 들렸다.
“디크에 올린 발로 지그시 눌러야 뒤집히지 않아요. 천천히 속도를 낼 때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니까 겨드랑이를 들지 말고 몸쪽으로 붙여보세요.”
이날 서울지역에서는 처음 진행된 개인형 이동장치(PM) 교육에서 첫 주행을 해본 기자는 전동 킥보드의 빠른 가속에 놀라고, 쉽지 않은 액셀 조종에 당황했다.
평소 결제만 하면 공유 거치대에서 언제든지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기에 쉽게 제어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여러 번 연수를 거쳐야 자동차 액셀 페달을 누르는 정도, 브레이크를 잡는 순발력이 키워지듯 적응하는데 연습이 필요했다. 또 자전거처럼 균형 감각을 잡기까지 사람마다 다른 시간이 요구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2021년 전동 킥보드 등 PM 교통사고는 3421건이 발생해 45명이 사망했다. 또 소방청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로 구급차가 출동해 병원으로 옮겨진 운전자는 2020년 3720명에서 2021년 5247명으로 급증했고, 2022년엔 1~7월에만 3578명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안전모 착용이 의무다. 주행 속도는 시속 25㎞ 이하로 제한된다. 특히 탑승은 1인만 가능하고 2인 이상이 함께 주행해서는 안 된다.
전동 킥보드는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사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련 업체 수가 먼저 급증해 안전 인식이 형성되기 전 대중화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다.
하 처장은 “전동 킥보드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짧아 고속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1인만 탑승해야 한다”며 “자전거, 오토바이 등 이륜차와 달리 도로 굴곡 등에 따른 충격도 모두 발바닥으로 흡수해 고속 주행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동장치 개념과 구조, 안전수칙 등 30분 남짓 이론을 배운 후 40분 가까이 실제 주행을 통해 탑승교육을 받았지만 능숙해지는 데까지는 훨씬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교통안전공단, ‘킥고잉’ 등 업계와 협업해 총 6번의 시범교육을 운영한 뒤 만족도 조사 등을 거쳐 개인형 이동장치 교육의 정례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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