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피해자 목소리’ 외면하는 사이…또 한 분 떠나보냈다
문화체험 온 학생 70여명
“할머니들께 명예·인권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별세했다. 생존 피해자는 9명이 됐다. 3일 열린 수요시위에서는 추모가 이어졌다.
정의기억연대는 전날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93)가 건강 악화로 별세한 이후 4개월여 만이다.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인적사항과 장례절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외면하고, 일본 정부에 저자세를 보이는 와중에 또 한 분의 피해자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서는 일본의 사죄·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게 돼 매우 가슴 아프다. 할머니께서 안식을 얻으시길 바란다”며 “여가부는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40명이다. 이 중 231명이 사망해 생존 피해자는 이제 한 자릿수가 됐다. 생존자의 연령대는 90~95세가 8명, 96세 이상 1명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594차 수요시위는 전날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문화체험 학습 차원에서 수요시위를 찾은 전북 군산시 회현중학교 3학년 학생 70여명은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이란 문구가 쓰인 노란 손팻말을 들고 함성을 함께 외쳤다.
학생들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임사랑양(15)은 “(발언을 준비하며) 아버지에게 증조할아버지가 강제동원 피해자란 것을 듣고 놀랐다”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아픈 상처를 이젠 위로할 수 없지만 할머니들이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길 계속 응원하겠다. 더 이상 이곳에 모이지 않을 수 있는 수요일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수요시위 주변에선 혐오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손팻말을 든 보수단체의 방해 시위가 이어졌다.
김세훈·김송이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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