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에 돼지 내장 세척…“사업장 변경 사유 아냐”

김규희 2023. 5. 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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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고용허가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종교적 이유로 사업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교도에게 돼지 내장을 씻는 일을 맡겼기 때문인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글라데시 국적의 하이 압둘 씨.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아 다섯 달 전 정읍의 한 화장품 원료 제조 공장에 취업했습니다.

출근 첫날, 압둘 씨에게 배정된 업무는 원료인 돼지 내장을 씻는 일이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도, 만지지도 않는 이슬람교도인 압둘 씨.

근로계약서엔 이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한글과 영어로 쓰여있는 계약서에 가축 내장 세척 등의 세부 사안은 한글로만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압둘 씨는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을 때 요구할 수 있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하이 압둘/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 "처음에 계약서 보고 저는 알 수 없었고, 영어를 보고 화장품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용센터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로계약서의 경우 사업장마다 분야가 달라 상세 업무는 통상적으로 한국어로 표기하지만 입국 전 안내를 하고 있고, 이 사례의 경우 종교를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차별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전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는 일단 종교차별로는 안 봅니다. (종교차별은) 종교에 따라 누구는 급여를 좀 더 많이 준다든가 아니면 편한 일을 시킨다든가 (이런 것을 얘기하는 겁니다.)"]

업체 측은 종교가 아닌 다른 이유로 힘들다고 말했을 뿐, 사업장 변경 신청은 몰랐던 일이라며 요구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국가인권위는 외국인 노동자의 종교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장에 배치하거나, 종교적 사유에 의한 사업장 변경 신청 불허는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김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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