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서 부진 해결 실마리 찾는 오승환 “조금 힘이 실린다는 느낌 받았다”[스경X현장]

김하진 기자 2023. 5.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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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 키움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언제나 경기를 끝내러 나왔던 오승환(41·삼성)이 이번에는 경기의 시작점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5안타 1홈런 6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1-4로 패해 선발로서 처음으로 패전의 멍에도 써봤다.

경기고-단국대를 졸업한 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620경기에 등판하면서 한 번도 선발로 뛴 적이 없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 건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오승환은 올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다. 4월19일까지 마무리 투수로 나선 7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 4.91을 기록했다. 7경기 중 4경기에서 실점을 했다.

박진만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왼손 이승현으로 바꾸고 오승환은 중간 계투로 돌리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제 구위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정현욱 투수코치가 선발 등판 제의를 했다. 때마침 삼성은 이재희가 군입대하고 장필준이 2군으로 내려가면서 선발진의 한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지난달 29일 오승환의 선발 등판에 대해 논의가 됐고 다음날 확정이 됐다.

경기 초반은 불안했다. 키움 1번 타자 이정후의 타구를 직접 잡아 처리한 오승환은 박찬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김혜성에게 7구째 슬러이더를 공략당해 2점 홈런을 내줬다. 이어 에디슨 러셀에게도 2루타를 맞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오승환은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 이형종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1이닝을 마무리했다. 투구수는 21개로 당초 예상했던 투구수 60개의 3분의 1을 넘겼다.

2회 오승환은 임병욱, 김휘집을 차례로 삼진 아웃처리하며 안정감을 찾는 듯 했으나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이정후에게 좌측 펜스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맞아 1점을 더 내줬다.

2이닝 동안 득점 지원은 없었지만 오승환은 3회부터는 안정감을 찾았다. 김혜성-러셀-이원석으로 이어지는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처음으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말 터진 호세 피렐라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쫓아가 1-3으로 뒤처진 4회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타자 이형종을 삼진 아웃으로 잡은 뒤 임병욱, 김휘집도 범타로 잡아냈다. 투구수는 62개에 달했다.

완전히 감을 잡은 오승환은 5회 이지영-이정후-박찬혁을 손쉽게 잡아내며 선발 투수의 최소한의 조건인 5이닝 소화를 완수했다. 6회부터는 최충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73개의 투구수를 소화했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9㎞를 찍었다. 이밖에 커브 6개, 슬라이더 21개, 포크볼 12개 등을 활용했다.

프로 데뷔 후 한 우물만 팠던 오승환이었기에 진귀한 기록도 많이 세웠다. 종전 개인 최다 이닝인 4이닝과 최다 투구수(59개)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최다 안타와 최다 삼진은 타이 기록을 세웠다.

40세9개월18일의 나이로 이날 개인 621경기째를 치렀던 오승환은 역대 데뷔 첫 선발 최다 경기수는 물론 2012년 4월12일 두산을 상대로 등판한 박찬호(전 한화·38세9개월13일)를 넘어섰다.

경기 후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건 똑같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팀이 이겨야되는게 첫번째인데 1~2회에 점수를 준 것에 대해 팀에 미안하다”라며 “이런 경기를 팀에서 만들어줬기 때문에 내가 빨리 반등을 하고 내 원래 위치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초반에는 슬라이더가 자꾸 장타로 연결되자 이후에는 볼배합을 바꿔가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투구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60개를 넘겼음에도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오승환은 “실점을 했지만 경기를 만들어줘야된다고 생각을 했다. 거기에서 나의 투구도 찾아야했다”라며 “1이닝을 끝내고 내려올 때마다 정현욱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보니 코치님눈에도 좋은 모습들이 보이면서 계속 갈 수 있었다”고 돌이켜봤다.

이날 경기에서 부진 해결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갔다. 오승환은 “감각적으로는 크게 바뀐 건 없지만 공을 던지면서 조금 힘이 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한 경기를 통해 갑자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힘들 것이다. 조금씩 잡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확’ 좋아지면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나도 조금씩 좋아지려고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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