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복수의결권, 승부는 지금부터다[광화문에서/이새샘]
이새샘 산업2부 차장 2023. 5. 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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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언뜻 은퇴 뒤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재취업한 노년의 벤(로버트 드니로)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복수의결권이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마법의 제도가 아니라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벤처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여러 규제를 없애고 혁신에 정당한 대가를 부여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복수의결권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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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언뜻 은퇴 뒤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재취업한 노년의 벤(로버트 드니로)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워킹맘 창업자 줄스(앤 해서웨이)의 이야기가 벤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진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00명 규모의 스타트업을 키워낸 줄스는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일과 가정 양립 문제를 놓고 마음이 흔들린다.
줄스가 하는 고민은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다. 회사를 키우려면 외부의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를 받으면 그만큼 간섭도 늘어난다. 애초에 창업을 하게 된 자기만의 철학이나 원칙을 포기하거나 우선순위를 달리 생각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을 아예 빼앗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제화된 복수의결권은 이런 이유에서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오랫동안 숙원으로 여겨왔던 제도다. 개정안은 비상장 기업의 창업주에게 주당 의결권 최대 10개를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주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 위협 없이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2020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논의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소액주주 권리 침해, 주주평등 원칙 훼손 등을 들어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 역시 이런 반대를 고려해 다양한 제약요건을 뒀다.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투자 유치로 30%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날 때만 발행할 수 있고,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상장하면 3년으로 기한이 줄어든다. 상속하거나 양도, 증여할 때, 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즉 대기업으로 간주될 때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복수의결권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제도다.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 복수의결권 발행을 허용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 어떤 쪽에서는 복수의결권을 확대해 상장기업에도 하루빨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또 다른 쪽에서는 투자 활성화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입법했다며 오히려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거라는 주장을 편다.
어느 쪽도 지금 시점에서는 섣부른 주장이다. 한국에선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과연 기대하던 효과가 있는지, 우려하던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하게 평가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복수의결권이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마법의 제도가 아니라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은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여러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벤처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여러 규제를 없애고 혁신에 정당한 대가를 부여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복수의결권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로만 남을 것이다.
줄스가 하는 고민은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이다. 회사를 키우려면 외부의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를 받으면 그만큼 간섭도 늘어난다. 애초에 창업을 하게 된 자기만의 철학이나 원칙을 포기하거나 우선순위를 달리 생각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을 아예 빼앗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제화된 복수의결권은 이런 이유에서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오랫동안 숙원으로 여겨왔던 제도다. 개정안은 비상장 기업의 창업주에게 주당 의결권 최대 10개를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주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 위협 없이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2020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논의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소액주주 권리 침해, 주주평등 원칙 훼손 등을 들어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 역시 이런 반대를 고려해 다양한 제약요건을 뒀다.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투자 유치로 30%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날 때만 발행할 수 있고,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상장하면 3년으로 기한이 줄어든다. 상속하거나 양도, 증여할 때, 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즉 대기업으로 간주될 때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복수의결권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제도다.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 복수의결권 발행을 허용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 어떤 쪽에서는 복수의결권을 확대해 상장기업에도 하루빨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또 다른 쪽에서는 투자 활성화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입법했다며 오히려 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거라는 주장을 편다.
어느 쪽도 지금 시점에서는 섣부른 주장이다. 한국에선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과연 기대하던 효과가 있는지, 우려하던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하게 평가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복수의결권이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마법의 제도가 아니라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은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여러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벤처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여러 규제를 없애고 혁신에 정당한 대가를 부여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복수의결권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로만 남을 것이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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