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민생’ 내건 국민의힘 논평 속엔 민주당 비난뿐…‘민생’ 찾기 힘들다
104건 중 90건 ‘야당 때리기’
대통령 변호 나서다 망신도
‘오직 민생’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의 대변인 논평에서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3·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갖춘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인선을 완료한 지난달 14일 이후 지난 2일까지 총 104개의 대변인 논평을 냈는데, 이 중 86%에 달하는 90개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대변인 논평은 당의 공식 입장이자 여론에 대한 피드백을 응축한 메시지이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원내지도부가 모두 갖춰진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2일까지 18일간 국민의힘 대변인(수석대변인·당 대변인·원내대변인)이 발표한 논평 104개를 분석한 결과 이 중 민주당을 언급하지 않은 논평은 14개에 불과했다. 정책이나 민생에 대한 메시지는 비중이 작았다.
지난달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당 논평은 민주당 ‘쩐당대회’ 비난에 집중됐다. 국민의힘은 18일간 돈봉투 의혹을 비난하는 논평을 42개 쏟아냈다. 기념일 축사나 민생 정책 논평에서도 민주당 공격을 빼놓지 않았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18일 논평에서 “전세사기가 횡행하는 원인은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고 주장했다. 4·19혁명 63주년을 맞은 지난달 19일에는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제1야당의 전·현직 당대표가 모두 사법 리스크로 얼룩진 현재 모습은 4·19 영령들이 이룩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논평에도 민주당이 등장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18일 논평에서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재난을 정쟁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정부가 탄압하고 있다”는 편지를 남기고 분신해 다음날 사망했지만 국민의힘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팩트체크가 선행되지 않은 탓에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워싱턴포스트에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실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체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기자가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한 발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오류가 탄로 났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재명 뽑은 민주당 대선 경선, 대리투표 있었다… 관리업체 시인’이라는 제목의 한 언론 보도를 참고해 논평을 냈지만 해당 기사가 삭제되면서 논평도 철회됐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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