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키움증권, 초대형 IB 준비 중인데 무리수 안 뒀을 것”
업계선 ‘시세조종’ 핵심 피의자의 책임 전가·시간끌기 평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73)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예상하고 미리 다우데이타 주식을 처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되면서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지분 140만주(3.65%)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팔았다. 매각대금은 약 605억원이다. 다우데이타 주가는 2거래일 후인 지난달 24일과 25일 각각 29.97%(1만3050원)와 30.00%(9150원) 떨어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을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통정매매로 시세조종(주가조작) 한 혐의를 받는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42)는 김 회장이 주가 폭락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준비했던 점을 고려하면 김 회장이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고 국내에는 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KB 등 5곳이 있다. 자기자본의 2배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4조691억원을 기록하며 신청 요건을 갖췄다.
증권사 관계자는 “김 회장이 주식을 매도한 후 주가가 폭락하면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을 게 뻔하고 이는 대주주적격성 심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몇백억원의 이익을 얻겠다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김 회장이 2년 전 자녀들에게 다우데이타 지분 200만주를 넘겨주면서 발생한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다우데이타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도 “김 회장이 지난해부터 주식을 매각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 시점이 가격 폭락 직전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주관사에 지난달 초쯤 주식 매도 의사를 전달했다”며 “매도 일자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다우데이타 블록딜은 지난달 5일 한 외국계 증권사를 접촉해 절차를 진행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자체 실사와 법률 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달 19일 내부 심의를 완료했고 다음날인 20일 낮 12시 이후 해외 기관에 거래 진행을 통보해 당일 장 종료 후 블록딜 거래가 성사됐다.
업계에서는 시세조종 세력의 핵심 피의자인 라 대표가 개인투자자들의 공분을 이용해 김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을 돌러싼 논란과 관련해 금융당국 전 고위관계자는 “대중을 상대로 혼란만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검찰과 금융당국이 신속히 수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희곤·권정혁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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