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따라 출렁일 ‘총선 표심’…부담 커진 尹대통령
대통령 거부시 간호협회도 ‘맞불’ 전면전 돌입 예고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전국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인들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반발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능단체가 앞다퉈 총선 '표'를 겨냥한 단체 행동을 예고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고심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3일 오후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한 의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 소속 3000명(주최측 추산)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총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소속돼 있다.
보건의료인들은 이날 오후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법안 강행 처리 관련 규탄대회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간호법은 '간호사특례법'이자 '보건의료 약소직역 생존권 박탈법'"이라며, "민주당이 정부 중재안도 걷어차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독주 폭거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우리는 반헌법적인 고졸 학력 제한을 없애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간호조무사가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많이 배워 좋은 간호인력이 되겠다는데 간호사가 무슨 권한으로 안된다고 하나"고 날을 세웠다.
단식 투쟁 중인 이필수 의협 회장도 집회에 참석해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 기간 헌신한 의료인들에게 과도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의협 등은 금고 이상 모든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단체 등은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나 소수 직역 침범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인 면허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것을 두고도 "우발적인 교통사고로도 면허를 뺏는 '면허강탈법'"이라며 법안 공포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차 투쟁일로 정한 이날 연가와 부분 휴진에 들어갔다. 간호조무사들의 경우 전국 1만 명이 연가 투쟁에 나섰으며, 응급구조사들도 민간이송단 중 20%가 오후 연가로 동참하기로 했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 17일 전면 연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총파업이 현실화 할 경우 의료 공백과 응급 진료 마비 등 '의료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표심' 압박하는 단체…尹·與 '난감'
시선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로 쏠린다.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거부권을 압박하지만, 대한간호협회를 주축으로 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거부권 행사 시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가 직능단체 설득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대로라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파열음이 불가피 한 상황이어서다.
여기에 이들 단체가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심판대가 될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과 여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보건의료인까지 한쪽으로 등을 돌릴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의료연대는 "400만 회원은 2024년 총선에서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강행 처리를 주도한 정치 세력을 심판하고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기 위한 총선 대책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과 여당 심판론에 불을 붙이겠다는 의미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의료연대의 표심은 여당 후보들에게 향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화력을 가진 간호협회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총선 표심으로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서는 '선택'이 쉽지 않은 난제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간호협회를 방문해 "협회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협회는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이 간호법 제정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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