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이 된 호수, 말라죽은 나무…자연이 보내는 기후 위기 신호들

정진명 기자 2023. 5. 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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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징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죠.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고산지대 나무가 말라죽는,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들을 정진명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물이 찼던 호수 한복판은 너른 들판이 됐습니다.

흙은 갈라져 나가고 풀은 바싹 말라 죽었습니다.

지난 1984년 댐 건설로 수몰됐던 마을은 다시 드러났습니다.

40년 가까이 물속에 있던 실개천 다리는 이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제가 서있는 곳은 물이 찼을 때는 수심 5미터 이상 되는 곳인데요.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이렇게 풀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화순 적벽엔 가로줄이 선명합니다.

물과 뭍의 경계였던 자국입니다.

지난 2019년, 물이 많아 방류를 고려했던 동복호는 2년 만에 담수 80%가 사라졌습니다.

씨 뿌릴 시기는 다가오고 물 부족은 이제 주민 생존을 위협합니다.

산으로 올라갔더니 멀리 숲은 한겨울 눈 내린 것처럼 허옇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무엔 잎이 없습니다.

해발 1600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토종 구상나무.

물이 부족해지면서 말라 죽고 비틀어져 재를 뒤집어쓴 모습입니다.

멸종 위기입니다.

[명현호/국립공원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 수분 스트레스라든지, 기온 상승과 같은 이상현상으로 인해서 좀 더 많은 고사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해수면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걸으라고 만든 탐방로는 바다 밑에 있는 시간이 더 깁니다.

지난해 종일 관람이 가능한 날은 34일이었습니다.

지난 30년동안 우리나라 해수면은 연평균 2.97mm 높아졌습니다.

세계 평균 1.7mm보다 두배 정도입니다.

흑산도는 10여 년 전부터 항구가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조수양/전남 신안군 흑산면 : 약주를 드시고 배를 가다가 육지인지 바다인지를 모르고 그리로 막 걸어가 버려요.]

[함유근/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기후변화가 되면 가뭄이나 폭우가 나타날 수 있는 그 주기 자체도 조금 더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인간을 직접 겨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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