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핵폭탄 터지듯 주가 올라 몇백억, 몇천억씩 벌 것”
최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해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주가 조작 의혹 핵심 인물로 언급되고 있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과거 투자설명회에서 핵폭탄 터지듯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SBS에 따르면 재작년 9월 투자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는 “그냥 핵폭탄, 핵전쟁 나듯이 막 빠바방 다 올라가겠죠? 모든 종목들이 다 올라가요”라며 “이거를 세상에 이슈를 만들어버리면 이런 회사들은 거의 주가가 10배, 20배, 30배 올라간다. 다만 제가 이제 더 이상 해 먹을 수 있는 빈틈은 사라지겠죠. 근데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이제 한 몇백억씩, 몇천억씩 버시겠죠. 그러면 그리고 나서 끝인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라덕연 대표는 “여기 빈틈은 뭐냐면은, 이 빈틈이 한 방에 해결되는 시점은 상속세법이 개정이 되면 된다”고 언급했다.
상속이나 증여를 앞둔 기업 오너 일가는 관련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선호하고, 이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설명회에서는 그 대상들을 후보군 300~400개 기업 중에 선택했다며 대주주들의 나이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이번에 주가가 폭락한 8개 종목 가운데 대주주 상속 이슈가 있는 종목은 7개로 파악됐다.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불법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화내용도 공개됐다.
음성 녹취 파일에서 한 투자자는 “시세조종 자체가요. 지금 배가 지금 가고 있어요. (라덕연) 대표님이랑 하나가 돼서요. 버스 대절해 다 태우고 간다고 아까 하셨잖아요”라고 했다.
‘버스를 태운다’는 표현은 온라인 게임 등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레벨이 낮은 유저가 레벨이 높은 유저의 도움으로 손쉽게 레벨을 올린다는 뜻이다.
다른 투자자는 “핸드폰을 저 같은 경우도 이제 대표님한테 맡겨놓고 업무를 보는데, IP라든지 위치 추적하면 다 한 사무실에서 세팅된 게 다 있지 않나”라며 수사를 걱정하는 발언도 한다.
또 이날 JTBC는 라덕연 대표가 본인 입으로 ‘수법’을 언급한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라덕연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울 신사동 한 건물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본인이 팔고 또 본인이 또 더 비싸게 사면 주가는 계속 오른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인 통정매매 수법을 설명한 것이다.
라덕연 대표는 “제가 들고 있던 거 일단 넘겨주고, 그다음에 저는 비싼 가격에 계속 사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제가 가지고 있던 거 넘겨드리고 비싼 가격에 저는 또 사기 시작하는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 50%를 수수료로 돌려줘야 되고 해당 수수료는 자신들이 세운 골프장과 갤러리로 받는다고 했다.
참석한 투자자들끼리 주식 거래에 사용할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대화 내용도 있었다.
한 설명회 참석 투자자는 “이렇게 핸드폰을 주고, 따로 핸드폰을 주고 제가 개통만 하면 거기서 관리를 해주는 거다”라고 했다.
라덕연 대표는 지난해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고액 자산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연 투자설명회에서는 “손해 보신 분 손 들어 보시라. 단 한 명도 없다. 제가 질 수 없는 게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 판에서 리스크는 제가 없어지는 리스크. 제가 그게 제일 큰 거 같다”고 했다.
자신은 질 수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고, 유일한 리스크는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녹취는 라 대표의 예전 주장과 배치된다. 라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결코 시세 조정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가 억지로 부양을 하려고 주가를 급등시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저는 그냥 무조건 산 것”이라며 “(주가) 급등을 위해 시세를 조정하고 그런 적 없다. 거래 내역 뒤져보면 다 나온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그냥 오직 좋은 주식을 산 것 뿐”이라며 “좋은 주식을 사다 보면 가격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큰 회사들을 대상으로 시세 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라 대표 등 이 사건 핵심 관련자들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다. 라 전 대표를 도와 투자자를 모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 골퍼 출신 안모씨도 입건해 정식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10명을 출국금지했다.
앞서 지난 1일 JTBC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가수 임창정은 라 대표를 추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영상에서 임창정은 “저 XX한테 돈을 맡겨, 아주 종교야” “너 다음 달 말까지 한 달 딱 줄 거야. 수익률 원하는 만큼 안 주면 내가 다 이거 해산시킬 거야” “종교가 이렇게 탄생하는 거다” 등의 발언을 했다. 영상이 논란이 되자, 임창정 측은 행사 분위기를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뿐, 투자를 부추긴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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