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오는 9일 전승절 열병식 앞두고 바흐무트에 병력 집결
푸틴 참석하는 모스크바 공군 퍼레이드까지 취소설
폴리티코 "바흐무트 완전 점령 기한 앞두고 병력 집중"
가디언 "우크라 공격 우려로 전승절 열병식 줄줄이 취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5월 9일)까지 동부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를 점령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도네츠크주로 병력을 계속 결집시키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년 참석하는 모스크바 열병식에서 자신의 체면을 세우려한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러시아 내 최소 6개 지역에서 전승절 열병식이 취소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고로드와 쿠르스크 지역, 이밖에 보로네시, 오룔, 프스코프에서도 열병식이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매체들은 올해 열병식 행사는 다소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2년째를 맞았지만 승리가 임박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푸틴은 5월 9일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당위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승리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전승절은 1945년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 정권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날을 기념한다. 매년 전승절에 러시아 전역에서 진행된 열병식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함께 자신의 ‘스트롱맨’ 이미지를 과시하는 기회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는 그 의미가 다소 변질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칭하면서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축출하는 탈나치화(De-Nazification)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전승절에도 나치 부활 차단이 중요하다며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최정예 공수부대까지 투입하며 바흐무트 집중 공략에 나섰으나 완전 점령에는 실패했다. 앞서 3월 말까지 바흐무트를 완전 점령할 것을 지시했지만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일까지 탈환하라고 또다시 명령을 내렸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9일 전승절로 재차 기한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상당히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폴리티코는 지난 5개월간 바흐무트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사상자 규모가 10만 명에 달한다는 미국 백악관의 발표를 인용하며 “우크라이나는 푸틴에게서 긍정적인 선전 (소재)를 앗아갔다”고 설명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군 동부사령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러시아가) 이날까지 (바흐무트) 점령을 못하자 9일로 연기했다”며 “점령자들은 (바흐무트 점령) 데드라인을 바꾼 빈도수로는 기네스 기록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체레바티 대변인은 현재 바흐무트의 대부분 지역이 러시아군 통제 하에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서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보급로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추가 병력이 투입되더라도 전선을 유지하고 영토를 수복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ISW 보고서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달 29일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포탄 고갈이 심각하다면서 오는 5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와그너 전사들은) 질서정연하게 철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봄철 대반격’을 준비 중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에는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의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으로 불에 타는 사건이 있었다.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병참 기지를 파괴한 것은 우리군의 반격을 위한 준비 중 하나”라고 했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잇따른 전승철 취소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면서 러시아 당국이 수도 모스크바와 2대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우크라이나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열릴 전승절 열병식에서 상공의 공군 퍼레이드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러시아 텔레그램 매체 바자(BAZA)를 인용 보도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만 여행서 여친 숨지자 짐부터 한국 보낸 남친…'죽였냐' 묻자 '침묵'
- 명예교수님이?…서울대 구내식당서 시비 붙은 학생 폭행 혐의 입건
- '수도권 120㎜ 퍼붓는다'…어린이날 연휴 전국 '비폭탄'
- 日 유명 개그맨, 망원시장서 '위생 테러'…침 묻은 꼬치로 닭강정 쿡
- '아줌마!' 부르다 살인난다…여성 분노케 하는 '그 말' [이슈, 풀어주리]
- '돈 맡겨, 아주 종교야' 임창정…美골프장 계약에도 동행 의혹
- '해외직구 결제 639,900원'…보이스피싱 그놈 '미끼'였다
- 아내 살해 후 한 살 딸과 투신…일가족 3명 사망
- 인터넷 중고 거래 주의보…20대 사기범에 167명 당했다
- '중학생 시조카 어린이날 선물 챙기라는 시누이…이게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