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대리 운전기사부터 단역배우까지…'막차 버스' 속 사연들

권민재 기자 2023. 5. 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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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이 틀 무렵에야 하루를 마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단했지만 뿌듯했던 각자의 하루를 싣고, 막차 버스는 오늘(3일)도 달립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함께 타봤습니다.

[기자]

지하철도, 시내버스도 끊어진 새벽,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전광판을 올려다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립니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달라도 기다리는 건 단 하나, 서울에서 경기도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입니다.

[A씨/홈쇼핑 무대 디자이너 : 저희 집까지 가는데 막차, 딱 이 타이밍, 이 버스만 남아 있어서…]

막차를 놓치지 않은 것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밤입니다.

[이지연/가수 지망생 : {놓칠 뻔한 적도 있으세요?} (놓치면) 회사에서 밤샘 연습하거나 아니면 찜질방 가거나…]

버스에서 잠시 힘들었던 하루를 돌아봅니다.

[이지연/가수 지망생 : 너무 부족했단 생각이 가득해서 내일은 더 잘해야지.]

특히 학생들에겐 나날이 오르는 택시비 때문에 막차가 더 간절합니다.

[주창훈/대학생 : 차가 있을 때 그럴 때 택시를 안 타도 되니까 좋았던 거 같습니다. 돈 굳었다.]

승객의 간절함을 아는 운전기사는 혹시나 뛰어오는 승객이 있을까봐 쉽게 출발하지 못합니다.

[조정익/버스 운전기사 : 막차는 (출발 시간) 5분 정도 지나서도 (승객이) 오니까 승객을 다 태우고 오려고 하죠.]

막차버스의 단골 손님은 대리 운전 기사들입니다.

[장윤호/대리 운전기사 : 저 같은 경우는 수도권은 다 돌아요.]

혹시나 또 콜이 올까봐 버스 안에서도 휴대폰을 놓지 못합니다.

[송우인/대리 운전기사 : (콜) 뜨는 거 확인해놓은 거예요. 없으면 수원역 가서 버스 타고 집에 가야죠.]

새벽 4시 40분이 넘은 시각입니다.

이 시간에도 버스안에는 사람들이 타 있는데요.

사당에서 수원역까지 가는 버스인데 이게 첫차가 아니고 막차라고 합니다.

버스를 탄 사람들에겐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밤새 드라마 촬영을 마친 단역배우도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윤다혜/단역배우 : 보조 출연이면 출연이고, 대사 주시거나 하면 하고. 올해 처음 고정된 작품이라. {되게 소중하겠어요.} 그쵸.]

새벽까지 구급차를 몰던 시민은 이제야 한숨을 돌립니다.

[전태묵/구급차 운전기사 : {오늘은 응급실에 큰일이?} 한 건. 혈액 이송. 항상 이렇게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시는 분들.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구나 느껴요.]

고요한 버스에선 출근길의 분주함과 퇴근길의 후련함이 교차합니다.

[이세미/제빵사 : 지하철 첫차 (갈아)타야 해서 대화할 시간이 없어요. {오늘 제일 먼저 만드는 빵은 뭐예요?} 바게트 먼저 만들어요.]

[원종렬/가락시장 하역 노동자 : {퇴근하시는 거예요?} 가락시장에서 배추, 양배추 이런 거 하역해요.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하니까 힘든지 모르고 해요.]

승객을 모두 내린 버스는 동 틀 무렵이 되어서야 차고지에 들어갑니다.

이제 막차를 몰았던 운전기사도 퇴근을 준비를 할 시간입니다.

[황용호/버스 운전기사 : {시동 딱 끄셨을 때…} 무사히 잘 끝냈네, 오늘.]

막차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는 건 그만큼 고단한 삶이 늘어난다는 것이겠죠.

그 속에서도 막차버스는 하루의 끝과 또다른 하루의 시작을 묵묵히 담고 있었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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