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소아 응급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대책은?
[EBS 뉴스]
밤이나 휴일에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정말 난감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정부는 10년째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어린이 의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확대 계획까지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유가 뭔지, 오늘 뉴스브릿지에서 짚어봅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소아환자 야간·휴일 진료
'달빛어린이병원'
소아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
정부, 현재 37곳에서 내년 100곳으로 확대 약속
현장 반응은 싸늘
'인력·수가' 문제 해결책 없어
소아과 대란에 이어 응급의료 체계도
'붕괴 위기'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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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인천성모병원소아청소년과의 이진 교수와 이 문제 자세히 짚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야간과 휴일에도 진료 공백을 메워주고 있죠.
'달빛어린이병원', 만족도는 높은데 오히려 참여 병원은 줄고 있다고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 및 토, 일, 공휴일에 소아 경증환자에게 신속한 외래진료를 제공하고, 또 소아경증환자의 응급실 내원 분산과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보건복지부 사업입니다.
2014년 8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서 다음 해 확대를 위해 공모했으나 참여기관은 15곳에 그쳤고 2021년에 23곳 등 그동안도 참여가 저조한 상태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병원들의 참여율이 상당히 낮은 건데, 이유가 뭘까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첫 번째로 인력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두세 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원급에서 평일 낮 시간 진료를 마치고 이어서 밤 12시까지 그리고 주말에 밤 10시까지 진료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최근 주 52시간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이 뜨거운 감자인데요.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한다고 하면 그런 논의가 우스꽝스러워지는 극한의 노동환경이 되는 겁니다.
그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좀더 많은 종합병원, 아동병원은 어떨까요?
이런 곳은 의사 당직표는 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진료를 의사 혼자 하는 게 아니지요.
간호사, 간호조무사, 혈액, 소변 검사 등을 하는 임상병리사, 영상 촬영을 위한 방사선 기사, 원무과 직원, 미화 직원까지 의사 진료에 필요한 모든 인력이 평일 야간시간과 주말 저녁까지 365일 있을 수 있는 병원이 몇 곳이나 되겠습니까.
다음은 수가입니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에 지원하는 수가는 저녁 6시 이후 그리고 주말에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 한 명당 일정액의 추가 수가를 지급하는 구조인데요.
이런 수가로는 의사는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진료를 위한 여러 직군에 대한 시간 외 야간수당, 휴일 수당을 현실적으로 지급할 수가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린이 의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였는데,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의미는 야간과 휴일에 진료 공백을 메우고 굳이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경증의 환자들을 분산시킴으로써 응급의료센터 본연의 기능도 보전하자는 것일 겁니다.
달빛 어린이병원 운영지침에는 현재 4가지 형태의 운영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우선 1)365일 진료 하는 형태, 2)여의치 않으면 일부 요일만 운영하는 형태, 3)한 개 병원에서 여러 의사가 순환하면서 근무하는 당직 운영, 4)여러 병원들이 당번제로 진료하는 연합 운영 등입니다.
3,4번째는 거의 실효성이 없어 보이구요.
365일 운영이 앞서 언급한 인력, 수가 등의 이유로 불가능한 곳이 많아 일부 요일, 그리고 최소 운영시간인 평일 밤 11시 주말 오후 6시 진료를 현실적으로 택하는 병원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이 때문에 언뜻 보기에 사각지대 해소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응급, 중증 환자가 달빛어린이병원 외래로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 다시 응급실로 환자를 의뢰해야 하니 시간, 의료비 모두 더 들게 됩니다.
또 평소 자주 진료하던 환자가 아닌 야간, 휴일 등에만 임시로 내원한 초진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진료의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진은 각자 기관의 형편이 되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야간과 주말에 아픈 소아청소년 환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 취지와 어긋난다는 의견에 공감하기는 힘듭니다.
서현아 앵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환자를 돌보고 계시고,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져야겠습니다.
그런데, 아이 키우다 보면 야간이든 휴일이든, 예고 없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응급실도 자주 찾게 되는데, 요즘 어린이 환자들은 아예 안 받겠다는 응급실이 많죠.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네,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에 68% 2022년에 27.5% 그리고 올해 20%입니다.
2023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수련시킬 수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38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공의가 담당하던 입원환자, 응급실 환자 진료업무를 교수들이 당직을 서면서 맡게 되었습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진료 로딩은 적절하게 나누어져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응급실 진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병원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코로나19 상황이 소아 응급진료를 더 어렵게 하는 점도 있을까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네, 코로나19 판데믹 대응에 있어 의료기관의 방역조치 수준이 매우 높았고, 특히 유행 초기에는 발열 및 호흡기 증세가 있는 사람들의 병원 진입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음성을 확인해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조치는 소아뿐 아니라 모든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소아에서만 응급진료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아청소년 보호자들이 병원 방문으로 인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될 것을 걱정해서 병원 내원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래서 응급진료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어린이 응급 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전담 진료 인력을 국가지원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인력이 빈 곳은 인력이 다시 채워져야 그 기능이 다시 정상화되는 것은 병원뿐 아니라 업무가 지속되어야 하는 다른 많은 분야에도 적용되는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 정책이 응급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인력지원은 없이 소아응급실 진료를 강제하도록 하지만 현장에서는 응급실 진료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현재의 소아청소년과 수익구조로는 응급실 전담 인력을 개별 병원에서 고용할 수 있는 재원 여력이 없습니다.
이런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서 정부 정책이 제안되기를 희망합니다.
서현아 앵커
근본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 환자 진료는 노동집약적이고 업무강도가 높은 일입니다.
중증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어린 환자 케어를 위해 보호자와도 긴밀히 교감해야 하는 점은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행위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어 있어 수가가 매우 낮아 병원 운영을 걱정해야 합니다.
거기에 전 세계 최저 출산율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른 진료과에 비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일선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너무 큽니다.
이는 전공의 지원율 최저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를 초래했고 이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로 맞물려 영향을 미치면서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주가 어린이 주간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건강권을 위해, 소아 의료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올해 2월 정부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의 큰 틀은 "저출생 시대에 소아의료는 필수 의료의 기본이자 국가의 책임투자 영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추진과제로 크게 중증 소아 의료체계를 확중하고, 소아진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적정한 보상을 통해 의료인력을 확보를 정했습니다.
이를 위한 필요 재원의 근거를 '건강보험 재정을 넘어서 정부 재정까지 확대'를 언급하며 강력한 개선 의지를 보여주어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현장에서는 이 추진과제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실현되기 위해서 1) 진료의 노동집약적 특성을 고려해서 불충분한 보상 수가를 정상화하고 수련병원에서는 인력 확보를 통해 의료질 개선 2) 지역 내 상급 종합 및 수련병원의 전담 전문의를 신속히 투입해서 진료체계 유지 3) 진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등에 심야 및 휴일 가산 수가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 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 진 교수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모레가 어린이날인데요.
그날도 부족한 빈자리를 메꾸고 외래, 당직근무를 하면서 어린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교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버티고 있는 이 힘든 시간들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건강과 또 미래에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할 후배 의사들에게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린이 진료는 '필수' 의료 분야로 통합니다.
말 그대로 '필수', 우리 사회의 최소 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는 건데, 정말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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