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특진자, 전세사기보다 ‘건폭몰이’에 더 배정했다니
경찰이 대대적인 특별승진 포상을 내걸고 건설현장 폭력행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오는 6월25일까지 200일간 건설현장을 특별단속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경찰관 50명을 1계급 특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국수본의 특진 예정 인원 510명의 10%가 넘고, 단일 수사 부문 중 가장 많다. 전세사기 특별단속에 30명, 보이스피싱 수사에 25명이 배정된 것과 견줘도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지휘부에서 이런 식으로 독려하니 일선에서 너도나도 실적 쌓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건폭’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건설현장의 법치를 세우라”고 지시하자 수사 강도를 높였다. 건설현장의 오랜 노사 관행과 건설노조를 죄악시하는 정부의 ‘건폭몰이’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짧은 기간 동안 건설노조 전국 13개 지부와 조합원 등의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소환 조사만 1000명에 육박하며 15명이 구속됐다. 전국의 경찰관이 대거 투입된 특별단속이 토끼몰이식 수사로 진행된 것이다. 엊그제 건설노동자가 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사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라는 편지를 남긴 분신 노동자의 추가 유서 일부가 3일 공개됐다. 이 또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입증하고 있다. 그는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제발 풀어달라. 진짜 나쁜 짓 하는 사람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세워달라”고 남겼다. 지난 3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경찰은 단속 대상의 77.3%가 양대 노총 소속이라고 강조했지만,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건설현장 불법행위 적발 사례 중 양대 노총 조합원은 없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전국 경찰청과 일선서를 돌아다니며 “특진 등 포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독려하고 있다. 1계급 승진을 앞세운 ‘건폭몰이’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단속·처벌을 주문하는 분야에만 특진·포상을 집중하는 국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포상 권한을 특권처럼 남용하는 것이다. 일선 경찰이 지휘부와 정부 등 ‘윗선’의 입맛에 맞는 수사에만 매달리게 하려는 것인가. 이렇게 도를 넘는 ‘코드 수사’를 하라고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두고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