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실 ‘자화자찬 1년’ 성과집, 국정지지율 30%는 안 보는가
국무조정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둔 3일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소개하는 자료집을 펴냈다.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데 전념해 왔고,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개혁·경제·사회·미래·외교안보 등 5개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4~8개 세부 성과를 소개했다. 정부가 30대 성과 중 첫번째로 꼽은 것은 ‘노동개혁’이다. ‘노사 법치주의 확립’ ‘노조 회계 투명성 기반 강화’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경제 분야에선 ‘민간·기업·시장 중심 경제운용 전환’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포함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행동하는 한·미 동맹 구현’ ‘글로벌 중추국가 리더십 구축’ 등을 담았다.
자료집은 오로지 정부 시각에서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예컨대, “방치됐던 강제징용 문제 관련 대승적 해법을 발표했다”며 ‘한·일관계 복원’을 성과로 꼽았다. 국민 대다수가 굴욕적인 외교로 혹평하는 걸 도외시한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을 기록했다며 ‘세계 6위 수출대국 달성’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7개월째 수출 역주행부터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까지 눈앞의 경제지표는 쏙 뺐다. 76페이지 자료집에서 부족했던 점은 한 줄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하는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놨다”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대통령 말과 다른 자료집이 나온 셈이다. 굳이 평가할 거면, 정부가 미흡했고 해결할 숙제도 함께 고백하면서 국민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게 올바른 자세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0%였다. 부정 평가는 두 배 많은 62%다. 경제·복지·교육·대북·외교·인사·부동산 등 7개 분야 정책 평가에선 모두 ‘잘못하고 있다’는 답이 ‘잘하고 있다’보다 많았다. 실제 주 69시간 논란 등 정책 혼란을 빚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민생 문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속도를 더 내고, 변화의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집권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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