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독도 분쟁화

손제민 기자 2023. 5. 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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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0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씨가 독도를 방문해 ‘한국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쓰다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2년 8월10일 임기 말 대통령 이명박씨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임기 초 일본 총리가 교과서에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명)는 일본 땅’으로 표기하겠다고 하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던 그로서는 놀라운 방향 전환이었다. 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해 일본의 책임을 묻는 취지의 헌법재판소·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며 한·일관계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던 때였다. 그 의도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독도 방문을 이용하는 데 있었다는 걸 간파하기 어렵지 않았다.

‘대통령이 자국 영토에 가는 게 뭐가 문제냐’는 청와대 논리는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다른 대통령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독도를 방문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의 독도행은 특히 진보진영으로부터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비판받았다.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대통령이 꼭 가야만 독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준 낮은 외교”라며 “느닷없는 독도 방문이 국제분쟁으로 비화되는 계기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1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 청년위원회가 지난 2일 독도를 방문한 일이 한·일 간 공방거리가 됐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항의하자 한국 정부가 “부당한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며 강탈했던 독도 영유권을 지금도 주장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독도 주장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 그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실만은 분명하다. 한국도 일본도 그 어떤 국가도 영토 문제와 관련해 물러서는 법이 없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고, 일본이 무력으로 빼앗지 않는 이상 현상은 변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이 왜곡된 주장을 할 때마다 그에 맞게 항의하면 되지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그건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권·환경·보건 등을 중시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더 많이 찾을 곳은 영토분쟁 현장보다 이제 9명만 남은 위안부 할머니들 곁이고,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피해받는 현장이 아닐까.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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