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맡겨".. 믿었던 친구가 땅값 부풀려

◀앵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지역 물정에 어두운 점을 이용해 집 지을 땅을 대신 사주겠다면서 거액을 챙긴 친구와 마을 이장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원은 먼저 마을에 정착했던 이 친구가 이장과 짜고 땅값을 속여 귀촌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피해액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정읍시 옥정호 근처의 한 마을입니다. 

5년 전 이곳으로 귀촌을 준비하던 A 씨 부부는 초등학교 동창 B 씨의 소개로 1억 7천여만 원을 주고 땅 9백여 제곱미터, 300여 평을 구입했습니다.

평당 55만 원을 주고 산 겁니다. 

[A 씨 부부]

"주인이 55만 원을 달라고 한다고, 이장이 소개했기 때문에 평당 1만 원씩 중개수수료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줬어요."

B 씨가 계약서 작성도 알아서 해준다는 말에 의심 없이 맡긴 부부, 

뒤늦게 받아본 계약서에는 지급한 땅값의 절반도 안 되는 7천여만 원만이 매매대금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원래 땅 주인을 수소문해 물어보니 평당 20만 원 남짓으로 마을 이장에게 넘겼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A 씨 부부는 친구인 B 씨와 이장이 공모해 나머지 금액인 1억여 원을 편취하려 한 게 아니냐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동창 B 씨와 이장, 재판부는 이들에게 총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부부가 지급한 돈 1억 7천여만 원 중 실제로 토지 구입에 사용된 돈은 계약서에 적시된 7천만 원이 맞다고 본 겁니다. 

이에 대해 B 씨는 오랜 동창을 도와줬을 뿐이며, 그리고 이장은 B 씨가 시켜 땅을 알아봤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B 씨]

"A 씨 부부가 즐겨 쓰는 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물건을 손에 쥐게 해달라'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한 거지."

[마을 이장]

"나는 B 씨 말만 듣고 B 씨 심부름만 했을 뿐이예요. 지금 어떻게든지 동네 이장이라고 하니깐 그렇게 해서 하려고 하는 건데." 

연간 귀농·귀촌 인구만 50만 명 시대, 제2의 인생을 꿈 꾸며 전북을 찾아왔지만 친구와 마을 주민이 낀 사기 사건으로 한 귀촌인의 시골마을 정착은 마음의 상처로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김관중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