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주인공이 다 흑인이야”…거센 비판에 직면한 ‘PC 캐스팅’
유색인종 캐스팅에 설왕설래
해리포터·클레오파트라 등
콘텐츠시장 ‘블랙워싱’ 논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막론한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블랙워싱’(Blackwashing·흑인화)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랙워싱’은 과거 백인 배우가 주류를 이뤘던 서구 문화계의 ‘화이트워싱’ 현상을 빗댄 용어다. 원작의 줄거리나 설정과 상관없이 주요 배역을 특정 인종이 독차지한다는 비판에서 생겨난 말인데, 최근에는 흑인 배우를 주조연으로 내세운 작품이 많아지면서 관련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최전선에 서있는 작품은 이달 개봉 예정인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다. 영화는 지난해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역풍에 부딪혔다. 유색인종 인어공주에 분노한 일부 팬들은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라며 해시태그 운동에 나섰다. 영화에 대한 비판은 개봉 직전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월트디즈니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예고편의 댓글창은 폐쇄된 상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실사 영화 ‘피터팬&웬디’는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가 팅커벨 역을 맡았다. 후크 선장 역에 배우 주드 로가, 주인공 피터 역에 배우 알렉산더 몰로니가 출연해 화제를 부른 작품이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캐스팅 논란이 심해지자 “영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HBO맥스는 제작 단계에 있는 TV시리즈 ‘해리포터’ 주연에 유색인종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드라마 속 헤르미온느 역에 흑인 배우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원작의 덤블도어 교수가 성소수자라는 점도 부각될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개봉예정인 디즈니 실사영화 ‘백설공주’ 역에는 라틴계 배우 레이첼 제글러가 출연 예정이다.
파격 캐스팅이 이어지면서 대중의 찬반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PC에 기반한 설정이 도를 넘었다’는 주장과 ‘다양성주의가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화다양성 논란에 대해 “과도기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라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기존의 체계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불편함을 동반한다”며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방향성을 뒤집을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캐스팅이 발표돼도 상관 없을 정도로 양쪽 균형이 맞는다면 논란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년 발표되는 ‘UCLA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영화에서 주연 배우를 맡는 백인의 비율은 7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유색인종의 비율은 22%에 머물렀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 문화적 흐름이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다양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제작자들에게도 큰 고민이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시간을 두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 같다. 오히려 여러 의견이 나오고 논란도 생기는 것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작품성과 캐스팅 논란을 별개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영화 ‘피터팬&웬디’는 캐스팅을 떠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을 얼마나 공감시키느냐의 또 다른 문제”라며 “작품적으로 이해가 가는지, 퀄리티를 충족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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