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몇백 몇천억씩 벌 것"…"한배 탔다, 버스 태워줘" (풀영상)
투자자들은 범죄 인식 정황
<앵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 이어가겠습니다. 라덕연 대표가 과거 한 설명회에서 주가 조작을 사실상 자신이 지휘했고, 당국에 걸리지 않는 방법까지 설명했다는 내용의 녹취 파일, 어제(2일) 저희가 전해드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라 대표는 앞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들은 몇천억 원씩 벌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는데, 그 종목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조윤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조윤하 기자>
재작년 9월 투자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는 자신이 선택한 종목들의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라덕연 대표 : 그냥 핵폭탄, 핵전쟁 나듯이 막 빠바방 다 올라가겠죠? 모든 종목들이 다 올라가요.]
직접 이슈를 만들 수 있다며 계획대로라면 투자자들은 최대 몇천억 원까지 벌 수 있고, 그때가 최종 매각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라덕연 대표 : 이거를 세상에 이슈를 만들어버리면 이런 회사들은 거의 주가가 10배, 20배, 30배 올라가거든요. 다만 제가 이제 더 이상 해 먹을 수 있는 빈틈은 사라지겠죠. 근데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이제 한 몇백억씩, 몇천억씩 버시겠죠. 그러면 그리고 나서 끝인 거예요.]
라 씨가 언급한 '빈틈'은 바로 상속 관련 이슈였습니다.
실제로 SBS 취재 결과, 이번에 주가가 폭락한 8개 종목 가운데 대주주 상속 이슈가 있는 종목은 7개로 파악됐습니다.
[라덕연 대표 : 여기 빈틈은 뭐냐면은, 이 빈틈이 한 방에 해결되는 시점은 상속세법이 개정이 되면 돼요.]
상속이나 증여를 앞둔 기업 오너 일가는 관련 세금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선호하고, 이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 라 대표의 설명입니다.
설명회에서는 그 대상들을 후보군 300~400개 기업 중에 선택했다며 대주주들의 나이까지 언급합니다.
[라덕연 대표 : 그거(투자 시기는) 이제 회사 따라서 다르죠. 예를 들어서, 지금 이제 회장님이 70대예요.]
자신의 전략을 설명한 라 대표는 투자자들에게는 더 많은 투자를 독려합니다.
[라덕연 대표 : 저는 이거 제가 다 해 먹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적당히 제가 하고 그냥 세상에 이걸 터뜨려버리면…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몇백억씩 버시죠. 몇백억, 몇천억씩 버시죠. 그러니까 그 안에 이제 최대한 준비를 해놓으시고.]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윤태호, CG : 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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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일이 벌어진 뒤 자신도 돈을 맡겼다가 피해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만약에 주가 조작이 이뤄진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일부 투자자들은 라덕연 대표에게 혹시나 수사 선상에 오르지는 않을지, 또 '시세조종'은 언제 끝나는지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 고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고정현 기자>
투자 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 발언을 들은 투자자들은 '시세조종', 즉 주가 조작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투자자 A : 시세조종 자체가요. 지금 배가 지금 가고 있어요. (라덕연) 대표님이랑 하나가 돼서요. 버스 대절해 다 태우고 간다고 아까 하셨잖아요.]
'버스를 태운다'는 표현은 온라인 게임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레벨이 낮은 유저가 레벨이 높은 유저 도움으로 손쉽게 초고속으로 레벨을 올린다는 뜻입니다.
자신들의 투자 수익이 라 대표 시세조종에서 나온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세조종이 수사에 쉽게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은 여러 차례 나옵니다.
[투자자 B : 핸드폰을 저 같은 경우도 이제 대표님한테 맡겨놓고 업무를 보는데, IP라든지 위치 추적하면 다 한 사무실에서 세팅된 게 다 있지 않습니까.]
상속 이슈가 있는 종목들에 투자한다는 라 대표 설명을 언급하면서,
[투자자 C : 상속하시는 어떤 준재벌분들의 시기를 이제 노려서 같이 이제 좀 버는 그런 구조인데]
주가 조작 행위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따져 묻습니다.
[투자자 C : 아까 기업이 300~400개 있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 얼마나 보세요. 몇 년 정도나.]
시세조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투자했다면 손해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김정철/변호사 : 손해를 봤다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한 이후의 문제이고,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느냐 여부는 이 범죄 성립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전통적 주가 조작에서는 자금 제공자는 뒤로 빠진 채 타인 계좌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단순히 계좌만 제공한 이들은 처벌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계좌를 제공한 이들이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였고, 이들이 범죄를 인지한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수사 대상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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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감독원이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 결제 거래에 대해서 조사에 나섰습니다. 첫 조사 대상은 키움증권이었는데, 방금 라덕연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이번 일에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유덕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덕기 기자>
금융감독원이 오늘(3일) 오전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차액만 거래하는 파생상품 CFD는 증거금 40%만 내면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에서 무더기 반대 매매가 집중되며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키움이 첫 검사 대상이 된 것은, 폭락 이틀 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다우데이터 지분 3%를 매도한 것이 적정했는지 들여다보기 위함입니다.
[라덕연/투자자문사 대표 (지난달 28일) : 양도세(증여세) 낼 돈은 100억 원밖에 안 돼요. 근데 왜 여기서 600억 원어치를 파냐 이거죠.]
라덕연 씨가 김 회장이 제3의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김 회장 측은 블록딜 거래명세서를 공개하며 "매도 일자는 매각 주관사인 외국계 증권사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키움에 이어 CFD 잔액이 많은 다른 증권사도 검사할 방침입니다.
이번 사태로 허점이 드러난 CFD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습니다.
CFD가 개인이 실소유자여도 외국계 등 기관 매수로 표기되고, 신용 융자와 유사하지만 신용 공여 한도 산정 때 제외된다는 점,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전문투자자라는 점 등이 개선 대상입니다.
하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의정 대표/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 미국이나 홍콩 같은 경우 개인 투자자들은 CFD 거래를 못 하도록 금지시켜놨거든요. 금융당국이 (대책을) 게을리해서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안타깝고요.]
CFD 개선안 윤곽은 다음 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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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하고 있는 조윤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라덕연 대표 입장은?
[조윤하 기자 : 제가 어제(2일)와 오늘 라덕연 대표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요. 라 대표는 본인이 잘못한 부분에서는 얼마든지 얻어맞겠다, 처벌도 달게 받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 이번 폭락 사태를 촉발한 것이 누구인지 꼭 봐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는데요. 나만 모든 것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 주가를 폭락시킨 이 장본인이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Q. 김익래 회장, 주가 폭락 사태 배후?
[조윤하 기자 : 네, 맞습니다. 라 대표는 언론에 입을 열 때마다, 또 저희랑 인터뷰를 할 때도 김익래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주가 폭락 직전에 김 회장이 소유했던 다우데이터 605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모두 팔아치운 과정, 이것이 수상하니까 수사를 좀 해달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김 회장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라 대표를 고소했죠. 지금 두 사람 모두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서 검찰 수사, 그리고 키움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Q. 검찰 수사는?
[조윤하 기자 : 지금 진행이 되고 있기는 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오늘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주가 조작 가담 세력과 그리고 부당 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서 엄정하게 처벌하라"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아직은 좀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는 않은데요, 관련 수사가 조금씩 속도가 날 것이다 이런 전망이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조윤하, 고정현, 유덕기 기자ha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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