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총 “‘돈 봉투’ 당내 조사” “탈당만으로 안돼” 적극 대응 요구 분출
더불어민주당은 3일 박광온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고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계기로 일고 있는 당 쇄신책을 논의했다. 당 지도부가 해당 사건에 대한 단호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지도부의 판단과 달리 당내 조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우리 당 모든 의원님들을 대신해서 다시 한번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원총회에 앞서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원총회에서 신상 발언을 한 뒤 탈당계를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두 의원)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은 당내 선거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 당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서 민주당이 쇄신하고 변화하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유토론이 3시간 정도 있었고 25번의 발언이 있었다”며 “주된 내용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두 분의 탈당으로 이 사안에 대한 대응이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 더 관여된 분들이 밝혀질 수 있는데 엄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분도 있었다”며 “당 대응이 부족하거나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발언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돈 봉투 의혹 관련 당내 조사기구를 만들어 조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여러 참석자가 제기했다고 이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17일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당내 조사는 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의총을) 마무리하면서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며 “내가 ‘그건 잘못된 판단인 것 같다. 의원들이 진상조사 기구를 구성하자고 했는데 (이 대표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 대표의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돈 봉투 의혹 관련자가 추가로 드러나면 당내 별도 조사기구나 당 윤리감찰단 등을 통해 처분을 판단하면 관련자들이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의 여러 시스템이 사안에 따라서가 아니라 동일한 기준과 잣대로 작동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나 일부 의원들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될 때도 일관된 기준으로 엄정하게 조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가 취임 후 열기로 한 쇄신 의총은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가 아니라 1박 2일의 워크숍 형태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의 쇄신안은 이 절차를 통해 나올 예정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나 국민 여론조사, 최근 1년간 당에서 작성된 쇄신안, 정당 혁신안에 대해 정리하고 요약하는 작업을 빨리하고 쇄신 의총이나 워크숍을 최대한 빨리 개최한다는 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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