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가능성 제로라는데…투자자들, 불법성 알고도 눈감았나
[앵커]
주가조작단 얘기,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임지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먼저 투자 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가 했던 말을 쭉 들어보니까 황당한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왜 이 종목들을 주가조작 대상들로 왜 삼았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른 말로 하면, 이 주가조작단이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서 주가를 관리하고 또 조작하기 쉽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다 듣지 못한 내용 조금 더 들어보시죠.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그 회사들은 제가 가지고 있어가지고 제가 죽는 날까지 손해 볼 가능성이 제로라는. 아예 없어요.]
결국 라 대표 자신의 지시를 통해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쉬운 회사들로,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호언장담을 하잖아요.
이런 투자설명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자리에 앉아있었던 투자자들은 의심하지 않았을까, 불법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조금 더 내용 들어보시죠.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이번에도 우크라이나랑 러시아랑 전쟁하고 전쟁 전에도 뭐 때문에 많이 빠졌어 아무튼 그래서 제가 보니까 3400에서 지금 2600까지 빠졌다가 지금 2700이더라고요. 근데 지금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절반이 제 고객들인데 지난 달 수익 안 나신 분, 지지난 달 수익 안 나신 분, 아무도 없죠?]
[앵커]
그러니까 그런 거네요. 내가 관리하는 종목들은 전쟁이 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에 비해서도 안 떨어진다. 왜? 내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이 관리한다는 게 사실은 통정매매 그러니까 본인이 본인 계좌에서 물론 차명계좌가 많았지만, 서로 사고파는 주가조작인데. 이 부분을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또 인용도 했다가 라 대표가 그렇게 말이 좀 바뀌죠?
[기자]
네, 보도가 잇따르자 라 대표는 해명을 조금씩 후퇴시키면서도 나름 논리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 대표는 앞서 주가 폭락한 직후인 지난 25일 저희 취재진과 만났는데요.
이때 라 대표는 자신이 일종의 선구안을 가진 "한국의 워런버핏"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세 조종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시켜서 대리투자하는 것, IP를 맞춰가며 대리 투자하는 것 몰랐다.
여러 가짜 법인들을 세워서 수수료세탁하는 것도 몰랐으며 투자수익금을 반반 나눠서 일당이 챙겨온 것도 몰랐다. 그게 말이나 되느냐.
[앵커]
저희도 기억이 나는데 우리 리포트에서 라 대표가 그렇게 얘기를 했었죠. 밑에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일을 시킨 적도 없고 나는 몰랐다, 이렇게 주장했었어요, 우리 인터뷰에서는.
[기자]
그렇습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다 알겠느냐' 이렇게 반문하기도 했었는데, 그런데 바로 사흘 뒤에 방송 인터뷰에서는 말을 다 뒤집었습니다.
"남의 핸드폰을 가져와서 매매한 건 잘못됐으니 내가 죄를 받겠다"면서 대리매매 의혹을 일부 인정했죠.
그리고 또 이틀 전에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는 급기야 "모든 판은 내가 짰다. 내가 기획했다." 라면서 통정거래 도 일부 인정될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기존 해명들을 줄줄이 뒤집었습니다.
어제(2일)는 또 병원 등을 통한 수수료를 돈 세탁을 해왔다는 사실도 인정하는 언론 인터뷰도 했는데요. 모두 저희가 앞서 보도한 내용들입니다.
[앵커]
본인의 말 두 개가 다르면 그중에 어떤 말은 거짓말이 되잖아요. 말이 계속 왔다 갔다 한 모습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명이 엎치락뒤치락하긴 하는데 한 가지는 아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세조종의 목적은 없었다 이런 건데요.
아마 형사처벌을 피해 갈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정매매를 해 온 건 맞지만 주가를 떨어뜨린 건 자신들이 아니므로 그 사람들이 이익을 얻었고 그들이 범인이다 이런 주장인데요.
금융감독원도 이번 폭락사태의 진앙으로 손꼽히는 차액결제거래에 대해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폭락 직전에 보유했던 주식을 대거 처분했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한 라덕연 대표의 주장이 집중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제가 알기로는 폭락 배경에 대해서는 몇 가지 취재된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 또 듣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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