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담뱃불과 공동실화죄
형법은 고의로 건조물 등을 불태운 자를 ‘방화죄’로 처벌하고, 과실로 건조물 등을 불태운 자에 대해 ‘실화죄’로 처벌한다.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보자.
A와 B는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건물에 인접한 분리수거장 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모두 담배꽁초의 불씨를 튕겨 불씨를 껐다고 생각하고 담배꽁초를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던져 버리고 다시 일을 하러 들어갔다. 그러나 던져 버린 담배꽁초에 남아있던 불씨가 분리수거장에 있던 인화물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고 이어 그 불이 공장으로 번져 공장이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A와 B는 모두 형법상 ‘실화죄’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런데, 이 화재가 A와 B 중 누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A와 B는 서로 자신의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적어도 두 사람 중 한 명은 실화죄가 인정될 수 없는데 누구의 담배꽁초로 인하여 불이 난 것인지 원인행위가 불명이므로 실화죄가 아니라 실화죄의 미수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실화미수죄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니 불가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와 B의 이러한 주장은 틀렸다. 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무언가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는데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이를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실화죄에 있어서 공동의 과실이 경합돼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의 발생에 대해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 그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각자 실화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위 사안에서 A와 B는 각자 본인 및 상대방의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상호 간에 담배꽁초 불씨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채 분리수거장 부근에서 담배꽁초 불씨를 튕기고 담배꽁초를 던져 버린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만연히 현장을 떠났다. 따라서 이러한 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두 사람 모두 실화죄로 처벌된다.
즉, 둘이 함께 담배를 피우다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는 경우, 나의 담배꽁초가 완전히 꺼졌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던져버린 담배꽁초의 불씨가 남아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A와 B는 모두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실화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나의 담배꽁초 불씨뿐만 아니라 동료의 담배꽁초 불씨도 분명히 제거됐는지 정확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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