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은 왜 인천에 있는 '이마트 연수점'을 찾았나

2023. 5.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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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이마트 연수점 방문해 1시간가량 둘러봐
인천, 신세계가 야구와 연관해 가장 공들이는 지역
이마트 연수점 리뉴얼 통해 SSG 랜더스 팬심 잡기 나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일 오후 이마트 연수점을 찾았다. (사진=최수진 기자)



'롯데'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있다. '부산'.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20대를 보낸 곳이면서, 1968년 부산 연제구 거제동을 중심으로 롯데의 국내 사업이 시작된 영향이다. 여기에 1975년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소속의 롯데자이언트까지 창단하며 '부산=롯데'의 이미지를 확립하게 됐다. 

반면, 서울에서 시작된 신세계는 롯데와 달리 특정 지역과 관련된 브랜딩에 약했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고, 2021년 3월 SSG 랜더스를 창단하면서 '인천'을 새로운 연고지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제 신세계그룹은 SSG 랜더스를 중심으로 인천을 새로운 신세계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마트의 첫 미래형 점포를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연수점'으로 낙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세계는 인천을 중심으로 팬덤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사업의 시너지를 찾고 있다. 

정 부회장이 랜더스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최수진 기자)



정용진 직접 찾은 '이마트 연수점'

3일 오후 3시쯤 정용진 부회장이 연수점에 방문했다. 6개월의 리뉴얼 기간을 거쳐 새롭게 단장한 이마트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정 부회장은 취재진은 물론이며, 직원과 고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정 부회장의 연수점 방문은 인천과 관련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1시간가량 머물면서 △주류 특화점 '와인 앤 리큐르' △수산물 코너 △정육 코너 △델리 코너 △밀키트 솔루션 존 △스마트팜 △랜더스광장 등을 둘러봤다. 

특히, 이날 정 부회장은 리뉴얼 이후 새로 만들어진 랜더스광장, 스티커샵, 굿즈샵 등 야구장을 모티브로 한 시설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인천은 SSG랜더스 야구단의 홈"이라며 "야구단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연수점이 야구팬들에게는 성지처럼 됐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야구단을 시작할 때의 목적에 잘 맞춰 사업들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랜더스광장. (사진=최수진 기자)



실제 이마트는 리뉴얼 이후 다른 점포에 없는 랜더스 특화 매장을 입점시켰다. 1층에 조성된 '랜더스 광장'은 인천을 연고지로 둔 신세계그룹의 프로 야구단 'SSG 랜더스'가 인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 기존에는 팝업 행사장으로 활용되던 1층 165㎡(50평)의 공간을 개조해 인천 랜더스필드 야구장의 선수 락커룸을 재현했다.

랜더스 광장에는 SSG 랜더스 구단 선수 12명을 선정해 개별 유니폼, 배트, 글러브, 야구볼 등 선수 용품과 대형 디스플레이의 선수단 포스터를 진열했고, 랜더스필드에 있는 포토카드 키오스크와 메모리존도 그대로 들여왔다. 신세계는 이마트 연수점을 통해 팬덤 문화 형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마트 관계자는 "SSG 랜더스 경기가 있을 때는 여기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고객들이 같이 시청할 수 있다"라며 "소통의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랜더스굿즈샵. (사진=최수진 기자)



 연수점, 야구팬·가족고객 잡기 위해 다 바꿨다

리뉴얼된 연수점의 가장 큰 특징은 '큐레이션(콘텐츠를 분류하고 선별하는 행위)'이다. 이마트의 자체 공간은 기존(3600평) 대비 2분의 1로 축소했고, 남은 공간은 전문점과 입점업체들로 채웠다. 연수점 면적 총 5600평 가운데 1600평은 이마트가, 3500평은 전문점과 입점업체들이 차지한다. 나머지 500평은 온라인 배송을 위한 PP(피킹 앤 패킹)센터다.

'장보는 곳'을 넘어 '쉬고 즐기는 곳'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마트의 계획이다. 이마트는 상권을 분석해 F&B, 체험공간, 라이프스타일 MD를 채워넣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미래형 마트"라고 설명했다.

연수점의 리뉴얼은 야구팬을 잡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연수점에서 SSG 랜더스의 홈구장인 인천문학경기장까지는 약 5km 거리다. 대중교통으로 25분, 자차로는 10분 거리로 가까이에 있다. 이마트는 반경 5km를 연수점의 핵심 상권으로 설정했다. 문학구장에 들리는 관중까지 모두 품겠다는 계획이다. 

랜더스 굿즈. (사진=최수진 기자)



여기에 반경 5km 내 9세 미만 자녀를 둔 3040세대 가족 고객까지 고려해 F&B 25곳, 엔터테인먼트 3곳, 패션 22곳, 라이프스타일 14곳, 고객 편의시설 18곳 등 무려 82개에 달하는 테넌트를 유치했다. 이마트타운 월계점 9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특히, 인천지역에 최초로 입점한 F&B만 10개에 달할 정도로 식당가 조성에 힘을 쏟았다. 인천을 대표하는 맛집 타운으로 자리잡겠다는 승부수다.

이날 정 부회장 역시  "아침에 일어나서 스타벅스 커피를 먹고,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퇴근하기 전에 이마트24 들려서 맥주와 스낵을 사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백화점에서 쇼핑한다"라며 "또, 스타필드에 가고 그이후에는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고 응원을 한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세계 유니버스' 안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장보는 공간은 과감하게 축소했다. 이마트가 확보한 1600평 가운데 1300평은 신선식품에 할애했다. 나머지 300평에서 공산품을 판매한다. 이마트는 온라인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없앴다. 

대신 경쟁력 있는 신선식품, 프리미엄 델리, 고객 관점으로 큐레이션을 강화한 가공식품 등을 대거 강화했다. 특히, 수산 매장의 경우 시그니처 참다랑어와 욕지도 생참다랑어(월 1회)를 운영, 매주 주말 매장에서 직접 참치를 해체해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손질해 판매하는 업그레이드된 '오더메이드(Order-made) 공간'도 만들었다. 

정 부회장은 "예전부터 우리는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며 "그래서 고객의 시간을 한번 제대로 점유해보자, 그럴 만한 컨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경영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연수점을 통해 SSG 랜더스 팬덤 문화 형성에 나선다. (사진=최수진 기자)



목표는 '지역 대표 랜드마크'…초반 성적은 긍정적

정 부회장은 이번 리뉴얼에 대해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리뉴얼이 저희에게는 큰 실험"이라며 "매장 면적을 반 이상 줄이면서 고객들이 더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초기에는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픈하고 2~3주간 추이를 키져본 결과, 매출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의 예상이 적중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남은 매장도 이런 식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뉴얼 첫 한달 성적은 긍정적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연수점 리뉴얼 이후인 3월 30일부터 4월30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방문객은 23% 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성수동·수원 행궁동 등 유명 맛집 25곳이 입점한 '미식가'와 '플라워샵', '아로마샵' 등 체험형 테넌트를 적극 유치한 덕분에 F&B와 라이스프타일 테넌트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의 미래는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혁신에 있다"며 "고객 경험의 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변화와 혁신으로 고객이 이마트를 찾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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