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vs 여기어때, 숙박앱의 흥미진진 전략싸움
지난해 여기어때 웃었지만
M&A로 체급 키운 야놀자
계열사간 시너지 무시 못해
두 기업의 상반된 전략
숙박앱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만년 2위'였던 여기어때의 앱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업계 1위인 야놀자를 코앞까지 따라잡았다. 여기어때가 숙박업 한 분야에 집중한 게 결실을 맺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업계 1위' 여기어때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야놀자는 인수·합병(M&A)으로 사업군을 확장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우물과 여러 우물, 상반된 전략을 취한 두 기업 중 승기를 잡는 건 어느쪽일까.
숙박업계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위인 '여기어때'가 수년째 업계 1위를 지켜온 '야놀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지난해 여기어때는 매출 3058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중 영업이익은 전년(155억원) 대비 94.1% 증가한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야놀자는 매출이 3302억원에서 604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577억원에서 61억원으로 89.4% 급감했다.
몇몇 통계에선 여기어때가 야놀자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여행·교통 분야'에서 여기어때의 신규 앱 설치 수는 총 35만9903건으로 야놀자(28만8669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에선 여기어때가 328만354명을 기록해 야놀자(352만1425명)를 24만여명 차이로 바싹 뒤쫓고 있다. 전년 같은 시기만 해도 야놀자(341만9796명)와 여기어때(294만7374)의 격차가 47만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1년 새 차이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여기어때가 대대적으로 펼쳐온 브랜드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한데 모아 만든 '여기어때송' 2편이 유튜브에서 총 3741만회(4월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 이번 마케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겨울 성수기와 맞물려서인지 앱 설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놀자는 '몸집 키우기'에 집중한 게 일시적으로 역효과를 냈다. 지난해 4월 인터파크를 인수·합병(M&A)한 야놀자는 뒤이어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1000억원)'을 인수하고 렌터카 플랫폼 '캐플릭스(150억원)'에 투자하는 등 적잖은 비용을 외형 성장에 쏟아부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쪼그라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올해 어떤 전략으로 경쟁을 펼칠까. 흥미롭게도 두 업체의 전략은 상반된다. 야놀자는 일시적으로 부메랑을 맞긴 했지만 M&A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지난해 항공권 판매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한 인터파크를 통해 글로벌 여행사업 진출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사업인 숙박 예약부터 항공·공연 예매까지 아우르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인터파크 M&A뿐만이 아니다. 숱한 M&A를 발판으로 다양한 사업 부문에 진출하면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야놀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야놀자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호텔 솔루션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자동화하면 솔루션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야놀자가 2019년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 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고, 지난 4월 6일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수한 미국의 '인소프트'를 사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소프트는 호텔 등 접객 시설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야놀자가 '벌크업'을 통해 세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면, 여기어때는 '한우물 전략'을 펴고 있다. 2020년 맛집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를 인수하고,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 '온라인투어'의 지분 20%를 사들이긴 했지만 이는 사업 확장보단 숙박앱 '여기어때'의 이용자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숙박앱에 올인해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게 여기어때의 승리전략인 셈이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지난해 여기어때 앱이 제공한 고급 숙소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이곳에서 렌터카 등 모빌리티가 함께 판매된 게 실적을 견인했다"면서 "이처럼 긍정적인 시너지를 늘리면서도 본질에 충실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충돌하는 두 업체 중 올해 웃는 건 어느 쪽일까. 김남조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 endemic)이 됐지만 해외여행은 여전히 제한 사항이 많아 국내 여행 위주로 관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 급격히 늘어난 국내 여행 수요층을 잡는 쪽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행 수요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기업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를 잘 알고 있는지 두 기업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어때는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여기어때 비즈니스'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제휴사 임직원이 전용숙소를 예약할 때 10% 할인 혜택을 주고, 국내 숙소를 대상으로 10%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는 게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10년 전 가격으로 국내외 숙소를 제공하는 '깜짝 특가전'도 연다. 최소 20%에서 최대 81%까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최대 90일 전 예약하면 7만원까지 할인해 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야놀자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4월 20일 웹 예능프로그램 '네고왕'과 손잡고 최소 결제 조건이 없는 국내 숙소 33% 할인권을 총 5만500명에게 지급했다.
성수기가 찾아오기 수개월 전부터 예약률이 급증하는 숙박업 특성을 고려하면 두 기업은 이미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여러 우물을 만든 야놀자와 한우물을 파는 여기어때,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보낼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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